[충무로에서] 해외주재관 한명 없이 수출中企 키운다니
작년 중소기업 수출이 전년 대비 1.7% 증가한 1175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수출 중소기업 수는 9만2578개에 달했다. 전체 중소기업 수가 729만개라고 하니 1.3%다. 숫자만 놓고 보면 여전히 미미하다. 뒤집어 얘기하면 수출 1달러가 아쉬운 상황에 '수출 첨병'으로서 중소기업이 역할을 더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마침 윤석열 정부는 K중소·벤처기업, K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다. 올해 정부가 발표한 정책만 봐도 '글로벌 강소기업 1000+ 프로젝트'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전략' '글로벌 유니콘 프로젝트' 등 화려하다. 최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물이 들어왔으니 노를 저어야 할 때 같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들은 이들 프로젝트를 '정부세종청사 책상'에 앉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천국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선진국 이스라엘, 제2 중동붐의 선봉 사우디에서는 중기부 공무원을 만나볼 수 없다. 우리는 이런 걸 '탁상공론'이라 비난해오지 않았나.
부로 승격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중기부는 해외 현지에서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 지원을 전담할 주재관 파견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좋게 말하면 부처 간 협조가 잘 안 되기 때문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 부처의 해외 주재관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부처 이기주의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밀착 지원할 중기·벤처 주재관을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른 부처에서 파견된 주재관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는 있지만 전문성과 의욕 면에서 떨어진다는 게 중기업계의 불만이다.
챗GPT가 웬만한 궁금증을 다 해결해주는 시대에 해외 현지에 직접 나가 있을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부 간 프로토콜은 외교관 신분인 담당 주재관이 있냐 없냐에 따라 격이 달라진다.
중기부는 현재 40%대인 중소기업 직간접 수출 비중을 2027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해외 진출 스타트업 5만개를 달성한다는 각오다. 모든 부처가 국익 차원에서 똘똘 뭉쳐야 가능한 일이다. 결정권을 가진 외교부와 행정안전부의 사정이 있겠지만 최소한 K중소·벤처기업, K스타트업이 역량을 펼칠 큰판이 깔린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사우디만큼은 중소기업 특화 네트워크 구축, 현지 애로사항 해소 등 밀착 지원을 할 수 있는 전담 주재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재만 벤처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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