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스타트업 성장기회 'C테크'에 있다"
넷제로 달성할 수 있는 기업에
글로벌 투자자 관심 쏠려있어
韓은 기술력 뛰어나 잠재력 커
투자 대상으로 눈여겨보는 중
핵심사업·사회적 가치 일치가
투자 기업 고르는 최우선 기준
"수익이 일어나는 본래 사업은 이쪽에 있고, 사회적 가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추구하겠다고 한다면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겉보기로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 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은 사업 핵심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가에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실리아 인달 EQT파운데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임팩트 워싱을 방지하기 위해선 투자 대상 기업의 핵심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해 재무적 수익을 얻고 사회적 가치(임팩트)도 만들어내는 투자 방식이 각광받고 있지만, 그 반작용으로 '착한 기업'을 가장해 마케팅 효과나 투자 기회를 노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EQT파운데이션은 세계 3대 사모펀드 EQT의 장기 주주다. EQT는 운용 중인 49개 펀드를 통해 총 1130억유로(약 156조원)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EQT파운데이션은 EQT가 운영하는 펀드에서 창출되는 성과 보수를 재원으로 글로벌 임팩트 투자와 기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초기 단계 임팩트 스타트업이 주요 지원 대상이며,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연구활동도 활발히 지원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EQT파운데이션은 설립 이후 13건의 투자를 진행했다. 인달 CEO는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통해 그 기업도 재무적 성장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투자한다"며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비즈니스에 경제성이 없다면 그 회사는 '투자'가 아니라 '기부' 대상 기업이 된다"고 말했다.
EQT파운데이션은 투자 기업을 판단하는 데 세 가지 기준을 두고 있다. 인달 CEO는 "투자 기업을 판단할 때 얼마만큼의 큰 임팩트를 가져올 것인가, 연구 기술이 문제 해결 방식에 우수한가, 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글로벌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본다"며 "임팩트 투자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투자를 원하는 기업도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적 임팩트가 이 정도의 경제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달 CEO는 투자 기업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생태계를 꾸려주는 것 역시 임팩트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QT파운데이션이 최근 투자를 집행한 '리빙카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업은 유전자 편집으로 생장 속도를 높인 나무를 키워 광합성을 늘리는 기술을 갖추고 있는데, 나무를 심을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EQT파운데이션은 EQT 인프라스트럭처 펀드와 관계가 있는 토지주와 연결해 연간 400만그루를 심을 수 있는 땅을 확보해줬고 투자 기업에는 단비가 됐다.
인달 CEO는 "스타트업이 펀딩을 받지만 자본시장에서 스스로 자본을 조달하는 임계점에 이르기까지는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 전개된다"며 "EQT파운데이션은 투자를 받는 기업이 사회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고, EQT가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는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EQT파운데이션은 앞으로 매년 10건 정도의 임팩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달 CEO는 한국의 초기 스타트업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고 기술에 대한 비중이 굉장히 크다고 느꼈다"며 "한국 사회 자체가 기술 보급이 잘돼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광범위한 임팩트를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달 CEO는 한국 스타트업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C테크(Climate Technology)' 영역에서 기회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기술이 잘 발전된 나라이면서 굉장히 산업화된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며 "넷제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기업에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돼 있고, 한국 스타트업은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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