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100년 전 역사로 日이 무릎 꿇어야 한다고 생각 안 해"

김동식 기자 2023. 4. 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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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 필요한 사안으로 설득에 최선 다했다"..WP와 인터뷰
"우크라 지원은 전쟁 당사국과 직·간접 관계 고려해야"
"늦은 나이에 아내 만나 결혼한 게 가장 행복한 기억"
대통령실 "무조건 안 된다, 무릎 꿇어라 접근이 도움 안된다는 취지"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 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에 대해 안보상 이유로 협력을 더는 미룰 수 없었고 100년 전 역사로 일본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인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2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일본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유럽은 지난 100년간 여러 차례 전쟁을 경험하고도 전쟁 당사국끼리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라며 "나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거나, 일본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용서를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이 문제는 결단을 필요로 하는 사안으로 설득하는 문제에 있어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고 W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불법 침공을 당한 상태이고 다양한 범위의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어떻게, 무엇을 지원하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선 우리는 우리나라와 전쟁 당사국 간 다양한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윤 대통령을 미국 방문의 의의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을 방문하는) 이번 주 가장 중요한 일은 양국 국민들이 두 나라의 동맹과 그간의 성과에 대한 역사적인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도록 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이 현재 직면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국빈 방미는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연합뉴스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나의 가장 행복한 기억은 나의 아내를 만나 50대 늦은 나이에라도 결혼한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검사 재직 시절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와 관련, 윤 대통령은 "정부 기관들이 조금이라도 선거에 개입했고 그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저해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때 그 자리에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아마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오랫동안 미국의 헌법 시스템과 국제적인 영향력에 매료됐었고, 성장하면서 미국 음악과 TV 쇼를 즐겨왔다"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WP는 윤 대통령과 90여분간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집무실 책상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정상회담 때 선물한 명패가 놓여있었다고 전했다.  이 명패는 해리 트루먼 전 미 대통령이 책상에 뒀던 것과 동일한 형태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편 WP의 보도 내용에 대해 대통령실은 설명자료를 내고 "(윤 대통령의 발언은)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을 꿇어라'라고 하는 식의 접근은 미래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꼭 해야 하며, 늦출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또 "유럽에서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듯이, 한일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할 길"이라며 "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온 ’98년, 김 대통령이 일본 의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식 기자 kds77@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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