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안정` 대 `피해보상`...전세사기 특별법 속 `동상이몽`

이미연 2023. 4. 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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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피해자단체 "先보상 後구상" VS 당정 "국가 대납 선례, 절대안돼"
입안 단계서 여당 對 야당 '힘겨루기' 본격화하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인천시 부평구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전세사기 피해자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사진 왼쪽)가 24일 열린 '당대표·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에서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춰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당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를 활용해 피해주택을 사들이는 등의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추진을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과 피해자단체에서는 특별법 추진에는 공감하지만, 피해자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보상 후구상권청구' 등을 주장하고 있어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공공이 채권 매입을 통해 피해자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등의 방안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24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 당정은 전날 전세사기 피해 회복을 위한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발표한 바 있다.

피해 임차인이 주택 낙찰을 원하면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거주만 원할 경우에는 LH 등 공공이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한 뒤 피해자들에게 제공하는 게 골자다. 피해 임차임이 해당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취득세 등 관련 세금도 깎아주고, 여력이 부족할 경우 장기 저리 융자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내용이 담긴 특별법 제정 추진에 야당과 시민단체 모두 "일단은 다행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일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LH의 매입임대안으로는 피해보증금 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 피해 임차인들이 가장 원하는 방안은 '보증금 채권의 공공매입'이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는 "전세 세입자들의 피해 유형과 정도가 다양하므로 사안에 따라 문제 해결에 적합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자산관리공사 등이 임차인들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인수해 선구제하고 이후 보증금을 환수하는 방안은 혈세 낭비가 아니다. 1, 2년의 시간을 두고 환수하는 정책인 만큼 야당에서 발의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방안과 관련 입법을 논의하기 위한 '전세사기특별위원회'(가칭)를 꾸릴 민주당도 정부 대책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식 대책', '엉터리 대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민주당 요구를 정부가 일정 부분 수용한 건 칭찬하나 여전히 핵심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부자들을 위해 수십조원씩 세금 깎아줄 돈은 있어도 전세 세입자들을 위해 공공매입할 돈은 없다는 말인가"라며 "당장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떼인 피해자들에게 돈을 빌려줄 테니 집 사라는 건 온전한 대책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법안은) 조오섭(민주당)안·심상정(정의당)안도 있다"며 "여권에서도 그런 개념(선보상 후구상)을 담은 법안을 내서 같이 좋은 대안을 추가로 만들 수 있다면 언제든지 협상에 응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당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 입법 추진에 '협조가 먼저'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무엇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없는 만큼 이번주 국회에서 입법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며 "현재 야당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소요 재원이라든지 형평성이라든지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책임 있는 자세로 협의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전세사기 피해자가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국가가 직접 지원할 수는 없다"고 연일 선을 긋고 있다. 사기 피해를 회수 여부를 차치하고 국가가 먼저 떠안는 것은 국가가 메꿔주라는 차원인데, 이런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예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그동안 국가에서 어떤 특정한 범죄 피해에 대해 전액 보상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했던 적은 사실 없다. 형법상 형평성 문제가 있는데 야당 안은 그에 가깝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제시한 안에 대해 전세 피해금을 혈세로 지원하는 '보증금 국가대납법', '세금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포퓰리즘'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와 집값 하락기에 나타나는 보증금 미반환 현상을 어떻게 구분 지어 어디까지 국가가 관여하고 지원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다 지원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800만 전세 계약 모두에 대해 국가가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이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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