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로 교복값 매년 올랐다'…검찰 수사로 드러난 담합

신대희 기자 2023. 4. 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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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4대 유명 교복 업체 주인 갑·을씨 등 4명이 머리를 맞댔다.

광주 교복값 담합 사례는 이번에 처음 적발됐으나 교복 업무 담당자들이 투찰·낙찰 비율만 따져봐도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최저가 경쟁 입찰 제도(각 학교 교복 공동 구매)를 악용해선 안 된다. 교복값 담합에 적발된 업주들을 장기간 계약에 참여할 수 없게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담당 공무원의 직무 유기 또는 유사 사업 문제점도 두루 살펴 담합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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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광주 교복 납품·판매 대리점주 31명 불구속 기소
4대 유명 업체끼리만 학생 수 많은 곳 독점 입찰
담합 미참여 업체에 입찰 포기 통사정 또는 강요
세금으로 지원되는 교복값 매년↑, 32억 원 낭비
담합 적발 소극적·제재도 솜방망이…"근절 시급"

[광주=뉴시스] 광주 중·고교 교복 납품업체 담합 행위 구조와 방법. (사진=광주지검 자료 갈무리).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 지난해 10월 광주 북구 모처. 이른바 4대 유명 교복 업체 주인 갑·을씨 등 4명이 머리를 맞댔다. 학생 수가 많은 여고의 교복 공급 사업자를 갑씨에게 몰아주자고 했다. 교복 입찰 공고가 뜨자 갑씨는 35만 1000원, 을씨는 35만 4000원에 낙찰 희망가를 냈다. 중소 업체 입찰은 제한했다. 결국, 갑씨가 사업자가 됐다. 낙찰 희망가 차이를 최소화해 이익을 극대화했다.

# 가족 명의로 교복업체 2곳 이상을 운영하던 병·정씨는 특정 학교의 입찰 공고를 본 뒤 저가·고가로 납품 희망가를 냈다. 이 과정에 담합하지 않은 업체들이 더 싼 가격을 제시하자 통사정하거나 사실상 윽박지르며 입찰 포기를 강요했다. 병·정씨는 미담합 업체들이 전자 입찰을 취소하면서 고가로 낙찰받았다.

광주지검이 24일 밝힌 지역 교복 납품·판매 대리점 업주 31명의 교복 입찰 담합 내용 중 일부다.

업주들은 광주 각 중고등학교가 교복 기초 금액을 고시하면 교복 입찰가를 야금야금 올렸다.

광주 5개 구를 권역별로 나눠 학교 규모·학생 수에 따라 낙찰 예정자와 일명 들러리 업체를 미리 정하는 방법을 썼다.

들러리 업체가 낙찰 예정 업체보다 500원~3000원가량 높게 금액을 써냈고, 예정 업체가 최고가로 낙찰받았다.

낙찰 희망가(투찰가)의 차액을 최소화해 최저가 출혈 경쟁을 피한 것이다.

가장 비싸거나 싼값을 제시한 업체의 투찰가를 500원까지 줄여 특정 업주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을 반복했다.

심지어 문서(엑셀 파일)를 만들어 지역별로 교복 공급 사업자를 나눠 먹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 속(?)에서 6년 넘게 담합은 커졌다.

학부모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담합 가격(년 기준 학생 1명당 6만원씩 오른 가격)에 교복을 샀다. 교복 여벌 값도 오르면서 피해를 봤다.

교복값은 지난 2014년부터 지자체 입학 준비금(세금)으로 지원됐다. 혈세는 줄줄 샜다.

최근 3년간 적발된 광주 교복 입찰 담합은 289차례로, 세금 32억 원(업주들 부당이익금)이 낭비됐다.


문제는 교육부·유관기관의 안일한 대응이다. 전국에서 교복값 담합이 반복됐는데도 제대로 적발하지 않거나 솜방망이 제재를 하면서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부터 지난해 사이 서울·경기·전북 교복 대리점 16곳의 입찰 담합을 적발해 시정 명령·경고·과징금 부과 처분했으나 불공정 행위는 이어졌다.

특히 일부 담합 업체는 행정 제재 기간이 길어지는 틈을 타 적발 이듬해 또다시 교복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입찰 제한 기한도 5~6달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 매해 가을에 교복 입찰이 이뤄지면서 제한이 풀린 업체는 버젓이 영업에 참여했다.

광주 교복값 담합 사례는 이번에 처음 적발됐으나 교복 업무 담당자들이 투찰·낙찰 비율만 따져봐도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교복업무 담당 협의회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의심 사례를 확인하고도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사례도 의심된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입찰방해와 독점 규제·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광주 대리점주 3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광주뿐 아니라 최근 3년간 전국 각 학교의 교복 납품 투찰·낙찰률이 95~98%로 교복 입찰 담합 행위가 강하게 의심된다"며 "수사 결과를 유관기관에 통보하고, 민생 경제 침해 근절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는 "담합을 관행으로 치부한 교복 대리점주들의 그릇된 인식,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담당자의 안일한 관리·감독, 솜방망이 제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교복값 불공정 거래가 연례행사처럼 이어져 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최저가 경쟁 입찰 제도(각 학교 교복 공동 구매)를 악용해선 안 된다. 교복값 담합에 적발된 업주들을 장기간 계약에 참여할 수 없게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담당 공무원의 직무 유기 또는 유사 사업 문제점도 두루 살펴 담합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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