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1분기 성적표에 담긴 '불안감'

이경남 2023. 4. 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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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전망대]
우리금융 1분기 순익 9110억…시장 전망치 상회
'부실' 불안감 담긴 1분기 실적…대손비용만 2614억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1분기 시장의 전망보다 많은 9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두면서다. 

지난해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를 버티기 위해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자금을 댄 것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다만 올해 내내 이같은 실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금리 상승이 멈춘 데다가 금융당국이 '상생'을 주문하며 금융회사의 금리인상을 자제시키고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짙어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충당금을 대거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역시 1분기가 '고점'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보탠다. 

우리금융지주 순익 및 순이자마진 추이.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우리금융 1분기 순익 9110억…시장 전망 상회

우리금융지주는 24일 올해 1분기 911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 8390억원과 비교해 8.6%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증권가에서 내다본 순익 성장률(3%)보다 높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해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시름하는 기업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업대출을 적극 늘린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대출잔액은 293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2조원 늘었다. 이중 기업대출은 15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138조원에서 131조원으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대출을 늘린 것이 지난 1분기 호실적의 기초체력이 됐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자산을 늘린 데다가 시장금리가 상승한 것 역시 우리금융 호실적의 근거가 됐다.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91%로 지난해 1분기 1.73%보다 0.18%포인트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9880억원과 비교해 11.6%늘어난 2조2190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지주 대손비용 추이. /그래픽=우리금융지주 제공

불안감도 담긴 1분기 성적표

지주 전체로 보면 순익이 크게 증가한 것은 맞지만 계열사별로 따져보면 향후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악화 불안감도 담긴 모습이다. 

일단 핵심 계열사이자 순익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은행의 성적표는 좋았다. 올해 1분기 8595억원의 순익을 내며 7160억원의 순익을 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0.0%높은 실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다른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은 모두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순익 줄었다. 주력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을 보면 우리카드는 지난해 1분기 대비 46.3%감소한 460억원, 우리금융캐피탈은 20.4%감소한 390억원, 우리종합금융은 60%감소한 80억원의 순익을 냈다.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 감소는 올초 불거진 유동성 리스크와 경기침체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보유하고 있던 채권 등의 가치가 하락하고 대출채권의 부실화가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올해 1분기 우리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부실이 시작된 대출채권) 규모는 1조197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9790억원과 비교해 22.3%나 폭증했다. 

이에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은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야 했고 이것이 실적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쌓은 대손비용은 26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7.4% 늘어난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1분기와 같은 실적을 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인하하라는 '상생'을 주문하고 있어 한국은행이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더라도 금리 인상 수혜를 누리기 힘들다. 

여기에 더해 은행을 비롯한 모든 계열사가 경우 금융시장 불확실성 및 경기침체 가능성 확대로 인해 보유한 대출채권 부실 및 보유자산 가치하락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할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가 너무 오른 영향에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그 기저효과에 더해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압박으로 금융권의 순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게다가 시장상황도 좋지 않고 금융당국이 지속해서 충당금 적립 규모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점도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이유"라고 짚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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