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파는 무인 자판기가 있다고?” 이 통유리 건물의 놀라운 정체

2023. 4. 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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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자판기 건물 외형 모습. 김상수 기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자판기에서 자동차를 판다고?”

경기도 수원 영통구, 건물 하나가 유독 높게 서 있다. 이 건물 이름 자체가 ‘자동차 자판기’다. 13층 통유리로 된 건물 안엔 오로지 자동차만 있다.

통상 생각하는 자판기와 프로세스는 비슷하다. 먼저 앱으로 자동차를 고른다. 그리고 결제하면 인증코드가 발송된다. 이 인증코드를 건물 현관 모니터에 입력하면 자판기에서 콜라가 나오듯 자동차가 1층으로 나온다.

자동차 자판기 실제 구현 모습
자동차 자판기 실제 구현 모습

우선 신기하다. 일반 자판기처럼 직원 만날 일도 없으니 자동차 딜러와 눈치게임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드는 의문. 왜 굳이 자동차 자판기를 만들었을까? 왜 굳이 건물을 통째로 자판기처럼 만들었을까? 자동차 자판기를 만든 안효진 체카 대표를 만나 물었다.

일단 이 자판기에서 파는 자동차는 중고차다. 통상 중고차 구매는 지인을 통해, 혹은 딜러를 통해 산다. 좋은 딜러를 만나면 천운, 나쁜 딜러를 만나면 불행이다. 심지어 마치 조직폭력배처럼 차량을 강매하는 딜러 사건도 심심치 않게 터진다.

자동차 자판기 시스템에선 사람 만날 일이 없다. 안 대표는 “누구나 익숙한 자판기처럼 딜러를 만날 필요도 없이 손쉽게 부담없이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딜러가 없으니 비용도 절감된다. 기존 중고차 판매장처럼 대규모 전시공간도 필요 없다. 그래서 가격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자동차 자판기 건물 외형 모습. 김상수 기자

또 하나 중요한 건 차량 정보, 그리고 신뢰다. 자동차 자판기에선 딜러가 말로 주는 정보를 앱으로 보여준다. 차량 입고부터 수리, 출고까지 모든 정보를 앱으로 공개하고, 출고 후 성능을 보장하는 보증서도 발급한다.

원래 체카의 주된 사업은 중고차 품질 인증 분야다. 포르쉐나 페라리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가 대상이다. 예를 들어 수입차 브랜드가 전시장에서 사용한 차량을 중고차로 판매할 때 체카가 품질 인증 작업을 해주는 식. 현재 수입 중고차 인증 시장에서 30% 가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체카는 신차 제작 과정에 있는 ‘소비자 인도 전 사전 검수(PDI)’를 중고차 공정에 자체 도입했다. 휠, 내외관, 도장, 소모품 교체 등을 통해 중고차를 새차 수준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다.

안 대표는 “자동차 세탁소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차를 매입했을 당시의 모든 품질과 외관 정보, 그리고 검수 이후 재생산 과정의 모든 변화를 앱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진 체카 대표(오른쪽)와 박진수 체카 COO. 김상수 기자

올해 43살인 안 대표는 사회생활 처음부터 창업에 뛰어든 건 아니다. 첫 직장은 삼성전자 연구원이었다. 이후 BMW 등 수입차 브랜드로 회사를 옮기면서 중고차 시장의 가능성을 체감했다. 그리고 2017년, 체카를 창업했다.

안 대표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결국, 그 꿈이 자동차 분야의 창업으로 안 대표를 이끌었다. 굳이 자동차를 업그레이드하는 공정까지 도입한 것도 이 꿈과 무관하지 않다.

안효진 체카 대표가 실제 판매를 앞둔 중고차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김상수 기자

지금은 직원 30명 이상의 회사로 성장했지만,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지금도 체카 본사 건물 옆엔 낡은 컨테이너가 있다. 안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게 바로 이 컨테이너”라고 했다.

한 때 회사가 너무 어려워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돈 대신 군고구마와 군밤을 준 적도 있었다고. 안 대표가 직접 회사에서 구웠다. 미안한 마음에 안 대표는 4시간 동안 군고구마를 구웠고, 직원들은 말없이 그 군고구마를 인센티브로 받았다. 대기업에선 느낄 수 없을, 영화 같은 추억꺼리다.

안 대표는 “초심을 기억하는 차원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컨테이너를 지금도 보존하고 있다”고 했다.

본사 건물 옆 여전히 남아 있는 체카 초기 사무실 컨테이너. 김상수 기자

네이버가 운영하는 명품거래 플랫폼 크림은 최근 체카에 15억 규모 지분 투자를 했다. 현재 크림이 체카 주식 3%를 소유 중이다.

작년엔 크림을 통해 벤츠 AMG G63과 포르쉐 카이엔 쿠페 등 2대를 선보였다. 이처럼 체카가 인증한 중고차를 크림으로 선보이는 방식의 협력이 가능하다. 안 대표는 “올해에도 크림을 통해 BMW 바이크와 랜드로버 디펜더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작년엔 롯데벤처스 및 KB증권 등으로부터 2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올해엔 국내 소비자에게 좀 더 선진화된 중고차 유통시장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기존 수입차에서 현대·기아차 등 국산 자동차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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