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빈방미] 반도체법·IRA 등 해결 과제 산적…韓 기업인 부담 '한 가득'

장유미 2023. 4. 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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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 등 122명 미국行…정기선·김동관 등 오너 3·4세 존재감 커져
국내 기업 피해 최소화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총동원 할 듯…추가 투자 규모도 관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과 꼬인 실타래를 잘 풀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을 포함한 국내 기업인 122명이 대거 동행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공급망 재편에 나선 미국이 내세운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뿐 아니라 관련 기업 총수들이 현지에서 고충을 피력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사진=뉴시스]

24일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길에 새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꾸렸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5대그룹 총수뿐 아니라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도 이름을 올렸다. 또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을 비롯해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 회장단이 모두 참석했다.

각 기업인들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미국 정부 주최 백악관 환영 행사 등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각자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반도체법·IRA 두고 韓 재계 '근심'…해결책 찾기 '분주'

재계에선 이번에 반도체법, IRA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미국의 움직임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업체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 정부가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5천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기밀'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등의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중국 투자 제한 가드레일 등 다소 무리한 조항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단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법 지원금 신청 의향서(SOI)를 낸 기업이 200곳을 넘었다고 밝힌 상태로, 업계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미국 공장 건설 계획과 관련해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투자 관련 부지 선정 등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보조금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은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기밀 자료 제출 범위를 최소화하고 가드레일 조항을 완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윤 대통령과 함께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을 주축으로 기밀 자료 제출 범위 최소화 등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분야에서 중국과 맞서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을 해왔으나, 동맹국들에 자국 기업의 역할까지 요청한 것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IRA에 따른 자동차 보조금 문제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IRA는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현대차·기아 차량이 지급 지급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배터리 업계도 당장은 IRA 시행으로 수혜를 보는 듯 하지만 2025년 이전까지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선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방미를 계기로 반도체법 독소조항이 일부 완화되길 바란다"며 "IRA 보조금에 대한 적절한 절충안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최태원 회장은 SK온이 현대차와 맺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 계약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의선 회장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조기 건설을 위한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구광모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와 핵심 소재 이슈를 챙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韓 기업, '투자 보따리' 또 풀지 관심…오너 3·4세 역할 '주목'

재계에선 이번 방미길에 오른 경제사절단이 대미 투자에 얼마나 나설 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때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4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미국 측에서 퀄컴과 램리서치, 코닝, 보잉, 록히드마틴, 제너럴일렉트릭(GE), 제너럴모터스(GM), 모더나, 바이오젠, 테라파워 등 주요 기업 대표들이 자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한미 주요 경영자 3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일단 정확한 규모는 현재 밝혀지지 않았으나, 각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양국 관계 개선 및 경제 안보 동맹 강화 차원에서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또 신규 투자는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양국 기업·기관 간 수십 건의 양해각서(MOU) 체결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위해 손잡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 등과 추가 협력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또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바이오, 모빌리티 등의 분야에서 다각도로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는 신규 투자보다 기존 투자 계획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끝날 가능성도 있다"며 "방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했을 때도 이미 신규 투자 계획을 내놓은 상태에서 더 이상의 카드를 내놓기는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그룹 오너들은 이번 윤 대통령과의 방미 일정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개별 스케줄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삼성물산 합병 관련 다음 공판이 5월 26일로 잡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현지에서 글로벌 기업 CEO들과 만나 반도체·통신·배터리·바이오 등의 사업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중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2공장 현장 방문은 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차 2개국 정도를 추가 방문한 후 다음달 초쯤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 [사진=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이번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등 그동안 국가 차원의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오너 3·4세 젊은 기업인들이 동행했다는 점도 관심사다. 김 부회장의 경우 그룹을 대표해 경제사절단에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사장과 함께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태양광, IRA 등과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정 사장은 현지 사업 파트너들과 만나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조선소 등 주요 투자 영역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코오롱그룹의 미국 내 사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룹 후계자로서 처음으로 국제 경제 행사에 데뷔한다는 점에서 대외적 존재감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오너 3·4세들은 사실상 국제 경제 외교 데뷔전을 이번에 치르게 된 셈"이라며 "민간 외교관으로서 이미 활약하고 있는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처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 과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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