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에도 낙관적 세수 전망 고집한 기재부…‘재추계’ 안했나 못했나

반기웅 기자 2023. 4. 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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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정부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년간 114조원의 세수 오차를 낸 정부가 올해도 ‘세수 펑크’ 위기에 처했지만 세수재추계를 하지 않고 있는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2021년 세수전망이 크게 어긋나자 지난해 2월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정기적으로 세수를 재추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감세 기조’를 고수하기 위해 고의로 세수 재추계를 피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걷힐 것으로 추계될 경우 증세 혹은 국채 발행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IMF 외환위기 급 대형 위기에만 세수 재추계”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조7000억원 줄어든 5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남은 10개월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수를 걷는다해도 올해 세입예산(400조5000억원)에서 20조3000억원 부족하다. 이달들어서도 수출감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경기반등은 쉽지 않아보여 3년 연속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수 오차 발생 조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나타났다. 기재부는 지난해 8월 올해 세출 예산을 편성하면서 400조5000억원의 세입 전망치를 확정했다. 지난해 본예산 대비 16.6%(57조1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당시에도 자산 시장이 위축되던 상황에서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놨다는 우려가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9월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의 전망(1.9%)를 시작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 등 1%대 전망이 쏟아졌다. 기재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은 1.6%로 내려잡았다.

세수 추계의 주요 변수 중 하나인 성장률이 대폭 하향 조정 됐지만 기재부는 기존 전망치를 변경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올해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세수 재추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세수 재추계’ 세수 오차 개선 방안 만들고 불이행

‘세수 재추계’는 기재부가 스스로 제시한 주요 세수 오차 방지책 중 하나다. 지난해 2월 기재부가 발표한 ‘세수 오차 개선방안’을 보면 기재부는 경제 지표 변화·세수 변동 사항을 반영해 당해연도 세수와 다음연도 세수를 주기적으로 재추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신 경제 여건을 반영해 세수 오차를 막겠다는 취지다. 8월 세입예산안 편성을 한 뒤에라도 11월 국회심의 과정에서 세수변동 사항이 생기면 ‘필요 시’ 재추계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필요 시 재추계한다는 건 말 그대로 세수 재추계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재추계를 한다는 의미”라며 “당시에 복합 위기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세수 재추계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수 재추계는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 경제 위기처럼 변동이 큰 상황에 한해서 이뤄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세수 오차보다 이를 바로 잡을 재추계에 소극적인 기재부의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종옥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대형 위기에 한해 재추계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안이한 발상”이라며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분기별, 최소한 반기별 세수 추계를 통해 정확한 세수 정보를 업데이트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세수 추계, 여전히 소극적이고 불투명”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에 경제 상황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11월이라도 세수 재추계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재추계를 거부했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올해 또 다시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감세 정책을 의식한 의도적인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급격한 경기 하강 신호에도 기재부는 자신들이 세운 세수 재추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세입 규모를 줄이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정책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해 기존 세입규모를 고수하는 한편 차라리 세수 결손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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