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 사상 최고…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높아져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서방과 비 서방의 대립으로 지난해 군사 관련 비용 지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각) 스웨덴 소재 국제분쟁 및 군축 전문 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2 세계 군비지출 동향'을 발표했는데, 지난해 전 세계의 군사비 지출액은 2021년보다 3.7% 상승한 2조 2400억 달러(한화 약 29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의 GDP(국내 총생산)을 합한 것의 2.2%에 다다른다.
특히 SIPR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 유럽 지역이 군비를 가파르게 늘렸다는 점을 주목했다. 지난해 유럽의 군비 지출이 지난 30년 동안 증가했던 비율과 비교했을 때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SIPRI는 지난해 유럽의 군비 지출이 2021년보다 13% 증가한 4800억 달러로 집계됐다며, 이는 냉전이 끝난 1989년 이후 최고치라고 전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와 러시아로부터의 고조된 위협에 대한 우려는, 동아시아의 긴장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국가들의 지출 결정에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2년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핀란드는 36%, 리투아니아는 27%. 스웨덴은 12%, 폴란드는 11%의 군비 증가를 기록하는 등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의 군비 증강이 두드러졌다. 이와 함께 다수의 예전 동구권 국가들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 이후 군비를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침공의 당사국인 러시아도 군비가 늘어났다. 2022년 러시아의 군비 지출은 전년도에 비해 9.2% 상승해 86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GDP의 4.1%에 해당하는데, 2021년의 군비 지출은 GDP의 3.7% 였다.
러시아의 2022년 실제 군비 지출액은 2021년 예산보다 34% 더 많았는데, 이를 두고 SIPRI 측은 예상했던 것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더 많은 비용을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군비 역시 증가했다. 우크라이나의 군비 지출은 SIPRI가 데이터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았는데, 2022년이 전년에 비해 640%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또 GDP 대비 군비는 2021년 3.2%에서 지난해 34%까지 올라갔다.
유럽의 군비 지출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군비 지출의 상당 부분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었다. 미국은 2022년 기준 8770억 달러를 지출해 세계 군비 지출의 39%를 차지했으며, 2위인 중국(2920억 달러)에 비해 3배 정도가 많았다.
SIPRI는 미국의 이같은 군비 지출이 전년 대비 0.7% 증가한 것인데,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면 증가 폭이 이보다 더 컸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SIPRI 측은 "2022년 미국의 군비 증가는 우크라이나에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는 2022년에 총 199억 달러였다. 이는 냉전 이후 특정한 국가가 단일 국가에 제공한 군사 원조 중 가장 많은 액수였다. 다만 이는 미국 전체 군비의 2.3%에 불과했다.
군비 증가의 또 하나의 축은 동아시아였다. 중국의 2022년 군비는 2021년보다 4.2%, 2013년보다 63% 증가했다. 이는 28년 연속 증가한 수치다.
일본의 군비는 2022년 전년 대비 5.9% 증가해 GDP의 1.1%인 46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1960년 이후 일본의 군비 지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464억 달러를 지출해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 세계가 군비를 늘리는 것을 두고 난 티안 군비 지출 및 무기 생산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은 "최근 몇 년 간 전 세계 군비 지출의 증가는 세계의 불안정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표시"라며 "각 국가들은 악화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여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가까운 미래에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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