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반도체 부족 메우지 말라"는 美…리스크 커진 삼성·SK[이슈분석]
요구 받아들이면…"中, 韓 안 때릴 이유 없어져"
삼성·SK 샌드위치 신세…고민 커지는 尹대통령
[이데일리 이준기 김응열 김윤지 기자] “(미국의 요구가) 진짜라면 심각한 문제가 되겠죠.”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대한 중국의 대중(對中) 수출 금지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에 따른 중국 내 반도체 부족분을 메우지 않도록 해달라고 조 바이든(사진 왼쪽) 미국 행정부가 윤석열(오른쪽) 정부에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국가안보 심사를 두고 중국이 마이크론을 지렛대로 활용,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전선을 흔들려는 술책으로 보고 우리 측에 이 같은 요청을 해왔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의 파편이 본격적으로 우리 기업들에 튀는 셈으로, 전문가들은 향후 양국의 노골적인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이날 보도는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직전에 나오면서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 속 우리 기업들의 대응전략을 대변하되 이를 외교·안보 전략과 아울러 재설정해야 하는 윤 대통령의 고심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FT의 이날 보도는 백악관 및 대통령실 내부의 정통한 인사 4명을 인용해서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 압박을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해온 건 오래지만 이처럼 동맹국에 자국기업을 움직여달라고 요구한 건 처음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이 마이크론에 대한 심사에 돌입한 데 대해 자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 향후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징벌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마이크론은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마이크론의 매출 중 25%는 중국 본토 및 홍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중국 내 공급물량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실제 미 증권사 번스타인은 “중국의 마이크론 심사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한 인사는 FT에 “미국이 자국이나 동맹국의 기업을 겨냥한 어떠한 경제적 강압도 동맹, 파트너와 공조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보여줌으로써 경제적 강압을 목적으로 한 중국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美 요구받으면…中 보복 못할 이유 없어져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우리 기업들을 움직였을 때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가 미 정부의 요구를 계속 들어준다면 중국과 ‘손절’ 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다”며 “중국이 우리 기업을 상대로 반도체 보복을 못할 것이란 관측은 중국이 우리 제품을 써야 해서 그랬던 건데 중국 내에서 우리 기업의 반도체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 중국이 참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여타 산업으로 중국과의 갈등이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우리 정부로부터 어떠한 요청을 받지는 않은 상태”라면서도 “중국이 우리 기업을 어떤 식으로 옥죌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중국이 마이크론 제재 착수에 돌입했다는 사실이 전해졌을 때도 업계 안팎에선 ‘미 주도의 대중 규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암묵적 경고가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우리 기업들로선 미국 측에 서서 중국의 반도체 공급 요구를 무시하기도, 반대로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들어주기도 어려운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중국 판매 추가 제한 등 우리 기업을 상대로 한 요구가 더욱 과해지는 모양새로 흘러갈 수 있다고 보고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바이든 행정부에 단호한 메시지를 주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 기업으로선 오는 10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유예 조치를 연장하는 등의 문제가 전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달려 있는 탓에 보조를 맞춰줄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그러나 동맹국 기업을 옥죄는 건 곤란한 만큼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요구가 더 거세지기 전에 ‘더는 과한 요구는 하지 말아 달라’는 확답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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