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 유동성 위기 해운사 살린 '특급 소방수' 2.7兆 선박펀드 조성…국부유출 방지
친환경·고효율 선박 신조 투자
해운사 ESG 경영 지원도 나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 때마다 국가 경제의 특급소방수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기금을 통한 선박펀드의 성공적 운용 경험을 앞세워 2015년부터 캠코 자체 재원을 활용한 캠코선박펀드를 조성해 유동성 위기의 해운사를 지원해오고 있다.
○선박은행 역할 강화
캠코는 2009년 출범한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해운업 지원의 첫발을 내디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해운업이 큰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는 구조조정기금을 통한 해운업계 지원에 나섰다. 캠코는 2014년까지 6년간 구조조정기금을 재원으로 1조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7개 해운사가 보유한 국내 선박 33척을 인수했다. 유동성 위기의 해운사는 선박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고, 매각한 선박을 리스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유지하되 대출 상환 완료 후 선박을 재매입하는 방식이다. 캠코는 이 같은 방식을 적극 활용해 국적 선박의 해외 헐값 매각을 막고, 국부 유출을 방지해 국내 해운업이 위기를 딛고 세계 5위 규모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캠코는 경기 변화에 민감한 국내 해운산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선박은행(Tonnage Bank)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발 더 나아가 향후 상시적인 해운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2015년부터 캠코 자체 재원을 활용한 캠코선박펀드 조성에 나섰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한진해운 파산으로 해운 위기를 겪은 2016년엔 국적 선박이 해외에 헐값으로 매각되기도 했다. 이에 캠코는 2조7000억원 규모의 캠코선박펀드를 조성해 23개 해운사 보유 선박 100척을 인수함으로써 해운사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했다. 캠코는 국내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선박금융 전문매체인 마린머니로부터 2011년 리스 부문, 2016년 편집자상, 2018년 수출신용기구 부문, 2020년 프로젝트 금융 부문 등 총 4회에 걸쳐 ‘올해의 거래상’을 수상했다.
○해운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최근 글로벌 해양환경규제(IMO 2020) 강화에 대응해 국적 해운사들의 노후 선박 교체 및 친환경·고효율 선박의 신규 도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캠코는 캠코신조펀드를 새롭게 출범해 선박펀드 범위를 기존 중고선뿐 아니라 신조선까지 확대해 친환경·고효율 선박 신조 투자를 진행 중이다. 캠코신조펀드는 선박 건조 완료 후 해당 해운사로부터 선박 매입 후 재용선하는 구조로, 신조선에 한해 건조선가의 70% 한도에서 지원한다.
지금까지 4조4000억원 규모의 캠코신조펀드를 조성해 4개 해운사 18척의 신규 건조를 지원했다. 정부의 해운정책을 뒷받침하고, 국적 선사의 친환경 선대 재편 등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캠코는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 선박 인수 심의 시 해양환경규제 이행평가 제도를 도입해 해운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유도하는 등 지속 가능한 친환경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금융지원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캠코는 지난해 말 글로벌 ESG 경영 흐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HMM 등 18개 해운사와 해운업 ESG 경영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해운업 ESG 경영 확산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캠코는 해운사에 대한 ESG 경영 현황을 진단하고, ESG 경영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ESG 공시기준 동향 등 관련 정보를 교류하는 등 해운사의 ESG 경영 내재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권남주 캠코 사장은 “지금까지 국내 해운사 보유 선박 118척을 인수해 경색된 선박금융 시장에서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며 “캠코는 앞으로도 정부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정부 정책에 발맞춰 해운사의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지원함으로써 해운 강국 재도약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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