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에도 허점 지적 '전세사기 방지법'…"실질적 해결책 아냐"
"선순위 권리금과 임차보증금 합해 집값의 60% 이하여야"
[아이뉴스24 김서온,안다솜 기자] "임대인 정보공개만으론 부족합니다. 아마 지금 이슈인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임대인들도 처음엔 신용이 멀쩡했을 겁니다. 자산이라는 게 한순간 가격이 확 내리면 위험한 거잖아요. 250채를 임대하는 사람의 경우, 1채에 1억원씩 가격이 내려갔다고 가정하면 250억원 마이너스인 거죠. 그러면 보증금도 돌려주지 못하고 납세 능력도 당연히 없겠죠."
최근 임대인의 차임과 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와 납세 증명서 제시를 의무화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정보공개만으론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집주인에게 ▲해당 주택의 선순위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 ▲국세징수법·지방세징수법에 따른 납세 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공포 이후 체결되는 임대차 계약부터 적용한다.
이전에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정보와 선순위 보증금 정보 등 보증금 회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명확히 알 수 없었다. 이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개정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도 바뀐다. 임대인이 미리 알리지 않은 선순위 임대차 정보나 미납·체납한 국세·지방세가 있다는 사실 등이 확인되면 임차인은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특약사항 체결을 권고한다.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도 개선된다. 임차인의 대항력·우선변제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 등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개정 전까진 법원의 결정이 임대인에게 고지돼야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었다. 임대인의 주소 불명, 송달 회피가 있거나 임대인 사망 후 상속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임차권등기명령 송달이 어려워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이사를 할 수도 없었다.
임차권등기명령 개선은 법률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임차권등기명령이 개정법 시행 전에 있었더라도 개정법 시행 당시 임대인에게 송달되지 않았다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정안으로 이전보단 임차인 보호가 강화됐다면서도,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는 의견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개정안으로는 (전세를 믿고 살긴) 어려울 것 같다. 만약 (임대인이) 자산 5억원이 있는데 전셋값이 6~7억원이 빠지면 오히려 상환 능력이 없는 상황이 된다. 지금 상황에선 납세도 하고 (서류상으로) 깨끗하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아마 갭투자, 전세사기 임대인들도 처음엔 신용이 멀쩡했을 것"이라며 "자산이라는 게 일순간 확 빠지면 위험성이 있다. 250채 임대인도 만약 1채만 갖고 있다면 1억원이 빠지는데 1억원이 250개면 250억원이다. 그러면 돈도 못 돌려주고 납세 능력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라 임차인의 보호망이 더 촘촘히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잇단 전세 사기 피해사례에 예비 전세 세입자들의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일원 H부동산 대표는 "요즘 전세 매물을 찾으러 오는 사람마다 믿고 전세 살아도 되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한다"며 "임대인 세금 체납, 선순위 보증금 여부가 계약 전 필수 요건으로 의무화되면서 더 안전해진 게 사실이고, 이 동네는 보증금을 못 돌려받거나 전세 사기에 대한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향후 자금 상황이나 신용도는 달라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관악구 일대에서 전세 매물을 찾고 있는 예비 수요자 A씨도 선뜻 전세계약에 나서기 머뭇거려진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A씨는 "직장과 가까운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빚을 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빌라나 오피스텔은 전세 사기 문제가 많아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다"며 "임차와 관련해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나 나중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전보다 더 꼼꼼하게 매물을 찾고 있다"고 했다.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획득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서 전세 세입자의 리스크는 비교적 낮아졌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송승현 대표는 "결국 전세제도가 없어지기 전까진 (임대인이) 증거를 제시하거나 납세를 잘하고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우리나라 전세제도가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라 사례를 가져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차인이 국세청에 가서 (관련 정보를) 열람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종부세를 못 내거나 해서 경매되는 등의 문제는 위험도가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이게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보공개는 다 좋다"며 "(실질적으로는) 선순위 권리와 임차보증금이 합해서 (집값의) 60% 이하가 돼야 한다. 전쟁 등이 발생해서 갑자기 (집값이) 50% 이상씩 떨어지는 게 아닌 한 집값이 40% 이상 떨어질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국회에선 공인중개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그 유예 기간이 만료돼도 향후 2년간 활동할 수 없도록 '결격 기간'을 두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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