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논란의 22세 룰, 잘 지킨 쪽이 웃는다

황민국 기자 2023. 4. 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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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고영준(가운데)이 지난 22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8라운드 울산 원정에서 득점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올해 프로축구 K리그에선 ‘22세 룰’이 뜨거운 감자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이 규정은 각 팀마다 22세 이하(U-22)의 어린 선수가 최소 두 명(1명 선발·1명 교체)은 뛸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골자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교체 카드가 5장이 아닌 3장으로 줄어든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현역 선수들에게 피해를 강요한 이 규정은 이젠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규정 회피를 목적으로 U-22 선수를 투입했다가 15분 만에 빼는 꼼수가 비판을 불렀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22세 룰의 문제를 인식해 규정 손질을 전제로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협회가 규정을 철폐하기 전까지는 악법도 법이다. 올해 K리그1 순위표를 살펴보면 22세 룰에 얼마나 잘 적응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상위권을 누비거나 반전의 희망을 얻은 팀들은 대부분 22세 룰에 걱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올해 지는 법을 잊어버린 포항 스틸러스(3위·4승4무)가 대표적이다. 포항은 유스에서 직접 키워낸 고영준(22)이 8경기에서 4골(공동 3위)을 책임지면서 22세 룰의 걱정을 덜었다. 22세 룰을 떠나 주전(7경기 선발)인 그는 지난 22일 선두 울산 현대와 맞대결(2-2 무)에서 2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지난해 공격 포인트(6골·4도움)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패배에도 2위로 올라선 FC서울 역시 22세 룰 걱정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측면 수비수인 이태석(21)이 유일하게 전 경기 선발(K리그1 8경기·FA컵 1경기)로 뛰고 있다. 데뷔 3년차인 그는 이제 22세 룰과 상관없는 확고한 주전 수비수다. 서울은 국가대표에 발탁돼 A매치 출전 경험이 있는 공격수 강성진(20)도 22세 룰로 활용할 수 있는 터라 라이벌들의 부러움을 산다.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FC와 대전 하나시티즌도 22세 룰에선 걱정이 없다. 광주는 아랫물인 K리그2에서 이미 검증된 엄지성(21)이 버티고 있다. 엄지성은 올해 출전 횟수가 절반이 안 되는 3경기이지만 1골·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대전은 배준호(20)가 2년차임에도 4경기 출전을 보장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변준수(21)는 22세 룰을 넘어선 슈퍼 조커이기도 하다.

반등에 성공한 대구FC도 측면 수비수 황재원(21)과 수비형 미드필더 이진용(22)이 각각 8경기와 7경기를 뛰며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대로 나머지 팀들은 22세 룰 문제로 남은 시즌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프로 수준에 걸맞은 선수가 없다보니 앞으로도 젊은 선수를 투입했다가 조기에 빼는 촌극이 반복될 전망이다. 그 사이 K리그1에 자리잡을 선수가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22세 룰의 존재 가치는 팬들에게 의문을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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