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연루자’ 징계 머뭇거리는 민주당 지도부···당 일각 “리더십 발휘 안 할거면 사퇴해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피의자로 전환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징계를 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사건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탈당 선언과 조기 귀국에도 당내 위기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엄정한 추가 대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일각에선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 없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하자 안도하면서도 돈봉투 의혹 연루자 출당 조치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는 윤·이 의원 출당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브리핑에서 “당 안팎에서 이런저런 요구가 있다는 것은 지도부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송 전 대표가 입국하니 사건의 실체적 내용에 대해 기다려 보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 직후 “윤·이 의원도 출당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송 전 대표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모르나”라고 되물었다. 왜 여당 비리 의혹에는 관심이 없고 야당 비리 의혹만 지적하느냐는 의미로 풀이된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최근 김현아 전 의원이 ‘공천 뇌물’ 수사를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민의힘 내에 퍼진 ‘공천 뇌물’ 냄새부터 맡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지도부 인사들은 부적절한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송 전 대표에 대해 “청빈까지 말하기는 거창하지만 물욕이 적은 사람임은 보증한다”고 적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SBS 라디오에서 “(전당대회 기간 뿌려진 돈봉투에 들었다는) 50만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말했다.
당내 반발은 커지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고문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린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에 나오는) 윤·이 의원의 육성을 부인하면서 검찰이 정치 탄압을 한다고 얘기하면 국민이 믿겠나”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민주당을 자진 탈당하고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이 대표가 출당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자체 정화 조사를 미리 포기하는 것은 지도부의 리더십 포기”라며 “(이 대표가) 당대표로 리더십을 발휘할 이유가 없다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돈봉투 사건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7~21일 전국 18세 이상 2520명에게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3.1%포인트 떨어진 45.7%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전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32%였다.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를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연관짓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돈봉투 사건이 중도층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만큼 관련자들이 자진 탈당을 거부하면 지도부가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정리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휘두른 칼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봐 칼 빼들기를 망설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후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에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해온 이 대표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두 의원 탈당 권유·출당 조치를 두고 거듭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SBS 라디오에서 두 의원 출당에 대해 “송 전 대표가 돌아오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일이 있다고 모두 다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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