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계모 되고팠던 마음, '밤의 여왕' 위한 준비였죠"

'오페라 여왕'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6년 만에 내한
5월 롯데콘서트홀서 '오페라의 왕과 여왕들' 테마 공연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Jiyang Chen / 롯데콘서트홀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오직 여왕과 왕에 관해 노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마법 같은 순간, 기쁨, 깊은 감정, 함께하는 아름다운 음악을 전하고 싶습니다."

최정상 콜로라투라 소프라노(화려한 기교·고음을 구사하는 소프라노)로 꼽히는 디아나 담라우(52)가 오는 5월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내한이다.

담라우는 모차르트의 걸작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는 오페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익숙한 곡이다.

'밤의 여왕'이 느끼는 분노와 광기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엄청한 고음을 필요로 해 어렵기로 악명 높다. 하지만 담라우는 스무가지 연출 버전의 '마술피리' 무대에 설 때마다 완벽한 연기와 노래를 선보이며 '이 시대 최고 밤의 여왕'이란 찬사를 받았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담라우는 "어렸을 때부터 백설공주의 못된 계모가 되고 싶었는데 그때부터 '밤의 여왕' 역을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나중에 그녀를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여왕이 왜 그렇게 화를 내고 못됐는지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Juergen Frank / 롯데콘서트홀 제공)

다만, 그는 2008년 이후 더 이상 '밤의 여왕'으로는 무대에 서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밤의 여왕은 일정 기간 할 수 있는 역할이에요. 100m 달리기와 같은 극한의 도전적인 역할을 그만두고 미래와 성장에 집중하기로 했죠."

이번 내한 공연의 테마는 '오페라의 왕과 여왕들'이다.

담라우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 중 '아름답고 매혹적인 꽃', 하지예프의 오페라 '마리아 데실리바' 중 '위대한 신이시여, 제 간청을 들어주시옵소서', 도니제티의 오페라 '안나 볼레라' 중 '젊은 날에는 순진했었지 - 아무도 나의 슬픔을 들여다보지 못해' 등 여러 오페라에 등장하는 왕과 여왕의 음악을 들려준다.

"정말 흥미로운 일은 왕관 뒤나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왕과 여왕도 우리처럼 자신의 감정이나 지극히 평범하고 사적인 문제로 고민해요. 어떤 작곡가들은 왕관의 화려함과 외로움 사이에서 그들의 영혼과 아픔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남편이자 정상급 성악가(바리톤)인 니콜라 테스테와 듀엣곡도 선사한다. 지휘는 파벨 발레프가, 연주는 KBS교향악단이 맡는다.

2017년 내한 당시 앙코르곡으로 한국 가곡 '동심초'를 불렀던 담라우가 다시 한국 노래를 선택할지도 관심사다.

그는 관련 질문에 '웃음' 이모티콘을 붙였다. "공연하는 나라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멋진 자세라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 이런 도전을 사랑해요."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