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채 "전세 사기 금리 인상의 부작용"

초단기금리 급락해 관련 데이터 살펴 대응방안 마련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확대되는 전세 사기 사태의 여파가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24일 오후 열린 한국은행 통합별관 준공기념식에 앞서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문제가 생기는 것도 기본적으로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생기는 부작용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전세 문제도 집값이 내려가면서 문제가 발생했으니 고금리가 원인이 아니라고 얘기하기 어렵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고질적인 전세 대출 문제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질문의 답이다.

다만 이 총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른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를 잡지 않고서는 더 큰 어려움이 있기에 금리를 올리게 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뭔가 예기치 못한 불안증이 생기지 않게 그것을 조정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은 저희의 큰 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한은 통합별관 준공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얘기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본점 리모델링과 별관 신축 완공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한국은행 ]

단기 자금시장의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많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관련 통계를 살펴보고 대응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단기 자금시장의 금리 하락 현상의) 원인을 보고 있다. 지금 통화안정증권이 문제인 것은 기본적으로 은행으로 돈이 몰리던 패턴에서 최근에 금리가 피크(최고조)로 되고 (하락)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서 형성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으로 자금이 몰렸다. 머니무브하고도 분명히 관련이 돼 있다"며 "단기 시장에서 자금 조정을 할 때 (금리가) 너무 낮으면 통안채를 통해서 조금 더 흡수할 건지 봐야 한다. 전반적으로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90일물 통안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이 기준금리를 많이 밑도는 현상이 문제로 여겨졌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단기 금리를 조정해서 장기 금리에 영향을 준다. 단기 금리가 우리가 생각하는만큼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금리 시그널) 전달 메커니즘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기에 그 부분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나라마다 초단기 금리를 운용하는 시스템이 다르고, 우리나라는 7일물에 들어가서 영향을 준다. 7일물로 인해 콜금리, 통안채 단기 금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금리) 밴드(범위)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 밴드 바깥으로 (금리가) 나가기에 어떤 조치를 해야 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취임 1년을 맞은 이 총재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 점수를 묻는 말에는 답변을 유보했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시기가 지나면 그때 가서 마무리하는 소회를 얘기하겠다"라고 말했다. 한은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물가 안정 등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평가받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은 통합별관 준공식을 개최했다. 한은은 본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지하 4~16층 높이의 통합별관을 새로 신축했다. 이번 통합별관 준공으로 삼성생명 본관, 소공동 별관, 강남본부 등에 흩어져 있던 한은 직원 1천600여명이 본점으로 모인다. 이번 공사를 위해 한은은 2017년부터 6년간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으로 옮겨 월세살이했다.

한은 내에서도 주요 시설이라 할 수 있는 지하 금고는 자동화 시설로 설계돼 오는 7월 완공 예정이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