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삭제 대가로 거액 뜯은 혐의 NBN TV 국장 영장

김도연 기자 2023. 4. 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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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NBN TV 탐사보도국장 구속영장 신청
홍콩재벌 맥신쿠에 기사 삭제 대가로 돈 요구
맥신 쿠 "사실확인 없이 허위보도…1억 뜯겨"
NBN TV 국장 "광고비 먼저 달라 한 적없어"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경찰이 비방 기사 삭제를 대가로 거액을 뜯은 혐의(공동공갈)로 이아무개 NBN TV 탐사보도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2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 국장은 지난 2월~3월 후배 기자에게 홍콩 재벌 2세 맥신 쿠(Maxine Koo)를 비방하는 기사 6건을 게재하게 한 후 맥신 쿠 측에 기사를 삭제해 주겠다며 1억 원이 넘는 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 서울 서초구 NBN TV 보도국 사무실. 사진=김도연 기자.

NBN TV 기사는 사기 혐의로 피소된 맥신 쿠가 돌연 잠적했다는 내용으로 맥신 쿠에게 사기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추가 제보가 잇따르고 있으며 그 규모가 수백억 원대로 추정된다는 게 골자다.

NBN TV는 제보자들을 인용해 “맥신 쿠는 여러 군데서 돈을 빌린 뒤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고 도피 중이라 알려졌다”고 보도했고, 기사 말미엔 “맥신 쿠와 관련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근거나 자료, 물증보다 일방 주장과 제보에 의존하는 보도였다.

기사 삭제를 바랐던 맥신 쿠 측은 NBN TV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이 국장을 접촉했다. 양측이 'NBN TV에 1년간 총 2억 원의 광고비'(계약금 1억 원+분기별 2500만 원씩 총 4회)를 지급하는 등에 합의한 후 맥신 쿠는 지인을 통해 지난 2월20일 1억 원을 NBN TV 계좌로 송금했다.

이후 기사는 비공개 처리됐으나 맥신 쿠가 NBN TV 및 기자들을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을 취하하지 않자 비방 기사는 다시 원래대로 게재됐다.

맥신 쿠는 지난 2월 NBN TV를 상대로 법원에 인터넷 게재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2억 원의 위자료 지급과 기사 삭제를 청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이 국장과 사기 피해 호소인들에 대해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공갈)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NBN TV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맥신 쿠는 “NBN TV는 언론사인데도 기사를 비공개 처리해준다는 명목 아래 1억 원을 갈취했다. 이는 형사 처벌 대상”이라며 “NBN TV가 다시 기사를 게재한 이유는, 작게는 소송을 취하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나머지 1억 원을 갈취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NBN TV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허위 기사를 게재했다”며 “악의적인 허위 기사를 게재한 후 보도 피해자들로부터 금전을 받고 그 기사들을 비공개해주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NBN TV 지난 2월10일자 보도.

이 국장은 24일 오후 통화에서 “만약 광고비를 받았던 게 죄라면 죄다. 우리 기사가 나가고 두 달 만에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는데 이 사안이 과연 이렇게까지 할 정도의 사건인가”라며 “광고비를 내가 먼저 달라고 한 적 없었고, 개인적으로 돈을 받은 것도 아니다. 회사 매출 광고로 (1억 원을) 받은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사 삭제가 대가였다면 기사를 삭제했어야 했는데 우린 기사를 삭제하지 않았다. 맥신 쿠가 소송을 취하하기로 해놓고 그 약속을 위반하여 다시 기사를 올린 것”이라며 “맥신 쿠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이 많은데, 아무리 내가 잘못했대도 저들의 잘못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맥신 쿠 비방 기사를 보도했던 한아무개 전 NBN TV 기자는 맥신 쿠에게 “대표(이 국장)가 시켜서 한 보도였고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내 이름만 빌려 기사가 올라갔다”며 사과했다. 한 기자는 “내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까 대표님에게 '저 못 쓰겠습니다'란 말을 못했다”며 “그래서 이렇게 계속 쓰게 됐는데 내가 너무 맥신 쿠씨 마음을 상하게 하고 다치게 한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거의 내 이름만 빌려서 기사가 올라갔다고 보면 된다”는 게 한 기자 주장이다.

[관련기사①: 1억받고 기사 내렸다가 “약속위반” 다시 올린 매체]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264
[관련기사②: 홍콩재벌 2세 비방 NBN 기자 “죄송하다…대표 지시였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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