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도 돈봉투 사건?”…송영길 귀국에도 불붙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

김건호 2023. 4. 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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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기소돼서 차라리 이젠 법정에서 시비를 따질 수 있어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엔 돈 봉투 사건이네요. 윤석열 정부 내내 민주당만 수사할 건가 봅니다.”

더불어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최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검찰의 정치적 수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의원은 “검찰이 장악한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게 사정수사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야당을 흔들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내년 총선 때까지 검찰이 우리 당에 대한 수사 압박수위를 높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탈당 의사를 밝힌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귀국하며 든 책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American Prometheus)’ 영어 원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지난 대선 이후 이재명 대표를 옥죄던 대장동 수사 등 사법리스크가 끝나기도 전에 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수사는 이 대표 개인을 겨냥하던 대장동 등 수사와 달리 민주당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추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길 조기귀국으로 부족...검찰 판 키우나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몸살을 앓는 더불어민주당은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 조기귀국 및 자진 탈당으로 일단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의원총회까지 열어가며 요구한 즉시 귀국은 물론 일각의 자진 탈당 요구까지 송 전 대표가 받아들이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안도감이 감지된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돼 이번 의혹이 내년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현재 검찰 수사상황은 녹록지 않다.

검찰은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을 비롯해 돈 봉투 의혹 사건 핵심 인물 9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에 나섰다.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 민주당 현역 의원들도 대상이다. 특히 조직적인 금권 선거라는 사안의 성격상 피의자들이 증거인멸이나 말 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자 소환 조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받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지난 22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 뉴시스
송 전 대표는 조기 귀국길에 오르기에 앞서 검찰 조사를 자처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당장 송 전 대표를 소환할 계획이 없다. 무엇보다 사건 피의자와 참고인이 될 현역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 수사 범위를 정하는 게 우선이다.

검찰은 애초 계획대로 돈 봉투 공여자와 수수자에 대한 수사를 먼저 마무리한 뒤 송 전 대표 지시나 개입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겠단 방침이다. 즉 일단 핵심 피의자인 강 회장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면서, 현직 의원들로 수사 범위를 넓힌 뒤에나 송 전 대표 관여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송 전 대표 결정과 별개로 당의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라시’(정보지)로 나도는 돈 봉투 명단에 많게는 20명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 결과만 기다리는 건 무책임하다는 논리다. 일부 강성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지도부 총사퇴 주장까지 나왔다.

◆같은 듯 다른 한나랑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이번 민주당 돈봉투 의혹이 커지면서 2012년에 불거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2008년 7·3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선 친이명박계 지원을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대표로 선출됐다. 그런데 2012년 1월 고승덕 의원이 “2008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3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준 일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파장이 있었다. 이 일로 박 전 의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의 돈봉투 사건은 앞서 언급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는 다르다는 게 법조계 공통된 의견이다. 당시 검찰은 20명에 이르는 금품 수수 의원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 돈봉투만 수수자를 입증하는 데 그쳐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레임덕에 있던 이명박 정부의 검찰은 총선에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건을 키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총장과 관계자들의 음성이 언론에 낱낱이 공개됐고,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와 증언을 검찰이 다수 확보한 상황이다. 또 원칙적인 수사를 주장해온 검찰은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관련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즉 민주당으로선 내년 총선승리에 최대 난제를 만난 셈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민주당의 돈봉투 사건이 큰 사건인 이유는 이정근 사무총장의 녹취록 등 각종 증거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점과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서 보듯 검찰이 야당에 대해 수사 원칙론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결국 수사가 진행될수록 언론에 더 많은 민주당 관계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개인적인 비리지만 이번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경우 선거와 관련된 공적수사라 여론전에서도 검찰이 유리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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