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장관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공백 막는다…관리도 강화"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동시에 관련 플랫폼 규제도 추진한다.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에 따른 비대면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다만 구체적 시행 지침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초진 허용 여부 등을 두고 산업계와 의약계 간 이견이 있는 데다 약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입법·시행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에서 "국민의 건강 보호와 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약품 오남용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복지부가 지난 3월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는 재진환자,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되 도서·벽지·재외국민·감염병 환자 등 위료 취약지와 사각지대 환자에 우선 적용하겠다고만 했는데, 여기에 플랫폼 관리·감독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의약계 등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이 발의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대면 진료 중개업을 하기 위해서는 복지부의 허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료기관·약국 리베이트를 금지하고 비대면진료 개입, 의료서비스·의약품 오남용 조장, 의·약사·환자 위법 조장, 보건의료질서 혼란 등에 관여한 플랫폼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했다. 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플랫폼에게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하고 자료 제출 요구나 진술 요구는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게 했다.
다만 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현재 재진만 허용하는 비대면 진료법과 초진까지 허용하는 법안 등이 계류된 상태로 복지위는 오는 25일 이 법안들을 심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약사 출신 의원들이 의약품 오남용과 약국 생태계 붕괴 우려를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고 있고 초진 허용에 대한 내용도 의견이 분분해 합의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에 정부는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 공백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초 코로나19 위기단계가 하향되면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 돼서다. 조규홍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의료접근성이 낮은 격오지나 노인, 장애인들을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하려 한다"며 "감염병 단계가 내려가기 전에 법제화하면 시범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입법 제도화가 조속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관련 구체적인 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역을 국한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조 장관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비대면 진료로 의료인들의 수고가 더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면 진료 대비 비대면 진료 수가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서는 대면 진료 대비 130%의 수가가 적용된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는 약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복지부가 추진하는 건 국회 입법과정을 무시하고, 법률적 근거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이냐"고 지적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약 배달을 포함해서 시범사업을 하는 것을 중단하라"며 "시범사업은 입법권 침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3년 동안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 신규성이 없으므로 시범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로 약 배달 앱을 키우려고 하는 이런 상황에서 마약류 의약품 한 해 마약류 향전성 의약품 등의 약 배달을 했을 경우에 전문가의 복약지도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대리 처방 오남용 등 심각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가에 대해선 "외국같은 경우 재진료를 올리지 않고 더 낮춘다"고 지적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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