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흥행질주하는데… 36년 역사 일정실업 `상폐위기`
'일정실업' 6년연속 영업적자
'영화금속' 토지·건물 매각도
일부 자동차 부품사들이 수년째 적자를 내면서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자산 매각 등 현금 확보나 나섰다.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등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이들 부품사들은 '전기·자율주행차' 전환기에 맞춰 선제적인 투자를 하지 못했거나,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재료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품사들의 위기는 곧 차 산업의 뿌리 생태계 약화로 이어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패브릭 시트업체인 일정실업은 최근 상장폐지 대상에 오르자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서를 냈다. 1987년 창업해 30년 넘게 사업을 영위했던 일정실업은 수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으로 현재 주식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거래소는 이 회사의 상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만간 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6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2년 연속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작년에는 매출이 늘었지만 판매관리비 확대 등 비용부담이 더 크게 늘어 8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주 고객사는 현대차·기아로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일정실업은 누적된 적자로 작년말 72억원의 결손금을 기록했으며, 자본총계는 44억원으로 전년(130억원)의 3분의 1토막 난 상태다. 이에 주 거래처인 현대내장과는 25억원 규모의 대여금 만기 연장하는 등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위기 극복 여부는 미지수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자동차 부품 주물 제조업체인 영화금속은 작년 11월 경남 창원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 일부를 35억원에 매도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 유동성 확보가 이유다.
영화금속은 작년 11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3년 연속 손실을 이어갔으며, 그 결과 작년말 부채비율이 250%까지 치솟았다.
자동차 휠 제조업체인 핸즈코퍼레이션은 2021년 공장 화재 이후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 역시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으며, 정진세림회계법인은 작년말 "연결회사는 작년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2227억3800만원 초과한다.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자동차 부품사들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배경은 작년 반도체 부족에 따른 완성차 생산 차질, 원자재값 및 금리 상승 등이 주 원인으로 제기된다. 여기에 미래차 업종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점도 자동차 부품업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체력이 튼튼한 대형 부품사는 자금력이 충분하지만 중견·중소업체는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미래차 시장 대응에 성공한 일부 업체들은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한 예로 2년 간 적자를 기록했던 KBI동국실업의 경우 작년 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이오닉 5에 들어가는 슬라이딩 콘솔, 신형 그랜저에 적용된 자동화 크래시패드 기술 등 주요 차종에 부품 공급권을 따냈고, 여기에 해당 차종이 판매 호조를 이거가면서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동화 전환 시 차량 부품수와 작업 공정수가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오는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를 차지할 경우, 10%의 차 관련 기업이 사라지고 3만5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부품사들과 달리 완성차들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고, 한국GM과 르노코리아도 작년 2766억원, 18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들이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을 외면할 경우 뿌리부터 썩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소·중견 부품사들은 영업이익률이 낮아 미래차 사업 연구개발 여력도 크지 않다"며 "완성차나 대형 부품사들은 미래차 전환이 빠르지만, 부품사들은 능동적인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재빨리 옮겨 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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