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도 들여다 본 '배터리아저씨' 누구?
기사내용 요약
금양 홍보이사로 재직 '2차전지株 전문가'
개인투자자 사이 팬덤도…이해충돌 우려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여의도 증권가와 금융당국이 '배터리 아저씨'를 주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2차전지주 전문가', '개미들의 주식 멘토'로 통하는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 급등의 주역으로도 불리고 있다. 저서, 유튜브 채널, 방송 등을 통해 그가 추천해 온 2차전지주를 매수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일종의 팬덤도 형성됐다.
구설수의 중심에도 그가 있다. 유튜브를 통해 공시되지도 않은 금양의 경영 계획을 언급해 한국거래소로 그가 공시 기준을 위반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2차전지 관련 회사에 재직 중인 그가 2차전지 전문가로 활동하며 사실상 회사를 홍보하고 있다는 '이해 충돌' 문제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에서도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배터리 아저씨,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 딱지
박 이사는 지난 11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5월 중순에서 6월 사이 긴급하게 쓸 돈이 있다"며 금양의 자사주 1700억원어치 매각 계획을 밝혔다. 매각 방법으로는 장내 매도와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교환사채(EB) 발행 등을 언급하며 "주식을 갖고 계신 분들 중 수익이 난 분들은 팔라"고도 덧붙였다.
거래소는 박 이사가 공시 전 투자 정보를 알린 것에 대해 공시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21일 금양에 입장을 요구했다. 이에 금양은 이날 오전 공정공시를 통해 "2치전지 생산 공장 건립과 해외자원 탐사 및 개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여러 자금조달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232만4626주 중 200만주를 처분할 계획이나 처분 주식수 및 처분 방법은 현재 미확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는 투자 중요 내용을 특별히 브리핑하기 전에 모든 투자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내용의 공정공시를 해야 한다"며 "회사 대표나 회사를 대변하는 사람이 공시 없이 사전적으로 브리핑해 공정공시가 늦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내용을 언급한 박순혁 이사가 만일 회사의 대변인 위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자사주 처분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 허위사실 유포나 미공개 정보 유포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차전지주 구심점 된 배터리아저씨
박 이사는 2차전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인 금양에서 홍보이사로 재직 중이다. 발포제 사업을 영위하는 금양은 최근 수소 연료전지, 리튬 광산 탐사 및 개발, 배터리 소재 사업, 원통형 리튬 2차전지 개발 등으로 신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보장하는' 사업 아이템들이다. 회사는 전동공구 및 스마트모빌리티에 들어가는 원통형 리튬 2차전지 개발을 완료했으며,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수산화리튬 분쇄 가공과 2차전지 성능 향상을 위한 지르코늄 첨가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과거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로 재직했던 이력에 2차전지 기업 종사자로서의 이력이 더해지며 그는 주식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그가 주목받은 건 그의 추천 종목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주들이 급등하면서다. 그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이 2차전지주로 집결해 주식을 적극 매수하면서 주가가 더 올라간 측면도 있다고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그는 '반(反) 증권맨' 정서를 파고들며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순진한 개인투자자'와 '끼리끼리 자본시장을 악용하는 증권 카르텔' 간 대립각을 세우며, 개인들이 증권가의 거짓 정보에 선동돼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는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은 이 종목을 많이 못 담아서 하락을 주장한다"거나 "애널리스트는 기업금융(IB) 사업부의 부속품으로 전락했다"는 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과거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보다 반도체를 잘 만든다"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대해 "실제로 그렇다 할지라도 그런 건 우리끼리 알아야지, 대외적으로 말하고 다니면 안된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가 엄선한 7개 국내 2차전지 기업 주가가 더 뛸 것이라 확신하는 배경에도 국내 기업이 해외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는 믿음이 있다.
재직하고 있는 회사 금양도 2차전지 관련주…문제없나
추천하는 7개 2차전지 기업들의 주식을 자신도 보유하고 있다 강조하며 신뢰를 쌓고 있지만, 전문가적 입지를 이용해 주가 상승에 개인을 동원한 것이란 비난을 피하기도 어렵다. 2차전지 전문가로서 국내 기업들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명목으로 재직 중인 회사 금양을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이해충돌의 문제 소지도 있다.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해도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기교, 허위 내용 유포, 위계나 기망 등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성이 입증돼야 한다.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하는 금감원 조사국에서는 조사에 착수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알릴 수 없다면서도, '배터리 아저씨'와 관련한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박 이사를 배터리 전략회의에 발표자로 초대했다가 취소한 점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주최 회의 참석 경력이 개인의 홍보에 활용될 수 있단 우려로 부담을 느껴 결국 섭외를 취소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주식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역시 박 이사를 2차전지 전문가로 섭외했으나, 방송 후 금양 주가가 급등하면서 일부 시청자들이 '전문가란 이름으로 회사를 홍보하러 나온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사과 댓글을 올렸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2차전지 과열에 대해 얘기하면 '공매도 세력', '개미 털기' 등 음모론이 나오는데, 유튜브에 나오는 전문가의 말은 믿는 분위기"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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