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울산 부당전보 후 잃어버린 3년”···회사는 법원·지노위 패소하고도 ‘배짱’
2017년 7월 에코비트(당시 티에스케이워터)에 입사한 최모씨(43)는 2020년 2월부터 자회사 에코비트M&S(당시 TSK M&S)로 옮겨온 후 약 4년간 전략기획팀·신규사업팀 등 경영 전략 부서들을 거쳤다. 에코비트M&S는 대기업 태영그룹의 계열사로 환경관련 약품·재료·설비 등을 취급하는 곳이다.
에코비트M&S가 2021년 9월 모기업 합병에 따라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최씨의 고난이 시작됐다. 회사는 성남시 판교(현재는 서울시 송파구 소재) 본사에서 근무하던 최씨가 퇴직을 거부하자 연고가 없는 울산 현장직으로 전보 명령을 냈다. 최씨가 배정받은 업무는 소재 관리 및 영업. 그의 근무 이력과는 동떨어진 일이었다. 울산 사업소로 간 최씨는 일주일 넘게 책상 없이 공용 회의실에서 일했다. 회사가 제공한 숙소는 입주 2개월 만에 임대인이 퇴거 요청을 했다.
이에 최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하고,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했다. 서울지노위와 울산지청은 모두 최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노위는 2021년 12월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생활상 불이익이 크며, 사전에 협의가 없어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울산지청은 지난해 5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회사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사내에 공개하라는 행정지도와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최씨는 지난해 3월1일 서울 송파구 소재 본사로 전보됐다.
최씨는 1심 법원에서도 승소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3일 최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전보명령은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원고가 재산상 손해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회사에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씨의 고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최씨는 24일 통화에서 “조직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부당전보에 관여한 팀장과 한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팀장은 최씨에 대해 “업무성과가 미미하고 근태가 불량해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평가했고, 이것이 부당전보의 사유 중 하나가 되었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최씨는 회사에 팀장과의 근무 분리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내부 감사 결과) 괴롭힘 행위가 없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사측은 재발방지책 마련 등 울산지청의 행정지도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에코비트M&S 관계자는 “울산지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용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최씨는 “3년의 여파로 경력 관리나 이직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부당전보나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가 인정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울감, 부당함, 무기력감을 자주 느낀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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