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또 연고점 경신···미국 긴축에, 무역수지 적자·한중 외교갈등 리스크까지 악재 겹겹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24일 장중 1337.1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미국의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와 미·중 갈등 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무역수지 적자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 약화, 한중 외교갈등에 따른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장 대비 4.3원 오른 1332.5원에 개장하며 지난 20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32.3원)을 2거래일 만에 경신했다.
이후 환율은 1329원대에서 등락하다 점심 무렵 상승 폭을 키우며 1337.1원에서 연고점을 새로 썼다. 환율은 전장 대비 6.6원 오른 1334.8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지난 21일 세운 연고점(1328.2원)을 갈아치웠고, 지난해 11월29일(1339.0원) 이후 4달만에 최고점이다. 정부와 국민연금간 3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체결 효과도 사라지고 있다.
달러화지수(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낸 지수)와 원화의 비동조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최근 환율의 특징이다. 유로화의 강세로 달러화 지수는 101.5선에서 안정됐지만 원화는 뛰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달러화지수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좌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더 뛰리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얘기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제조업(50.4)과 서비스업(53.7)에서 모두 예상치를 웃돌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고, 이는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지난 17일 85.2%에서 이날 88.6%로 뛰었다.
환율이 오르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반도체·대만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 꼽힌다. 연초 달러당 6.6~6.7위안이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최근 6.9위안 부근을 오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간주돼 위안화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반도체 문제는 한국이 직결돼 있고, 대만과 관련해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발언을 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수출 부진, 무역적자 지속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는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가 7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41억3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4월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배당 역송금)하는 시기라는 점도 원화 약세의 또 다른 이유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방을 일단 1350원대까지 열어두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는 당분간 중국 경제보다 외교적 리스크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만과 한국 등을 둘러싼 미·중 간 신경전이 위안화 흐름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뛰어도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배당 역송금 시기인 4월이 마무리되고 있으며, 1330원 부근에서 당국이 미세 조정 또는 정책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얘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지금 통화스와프가 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