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백상] 트로피 하나라 아쉬운 막강 'TV 최우수연기상'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막강한 연기 국가대표들이 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선의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누가 받아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과연 누가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까. 오직 백상예술대상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5분할이 벌써부터 심장을 뛰게 한다.
지닌 한 해 가장 뜨거운 활약을 펼친 최고의 배우 10인이 TV 부문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선정됐다. 제 59회 백상예술대상은 4월 28일 오후 5시 30분부터 JTBC·JTBC2·JTBC4에서 생방송으로, 틱톡에서 디지털 생중계로 만나볼 수 있다.
작품 전체를 뒤흔든 주역들
전국을 '구씨앓이'로 물들인 배우 손석구는 JTBC '나의 해방일지'로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첫 방송에서 단 한 마디 대사로 시작, 극이 진행될수록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다. 서울의 '흰자' 같은 마을 산포에 흘러 들어와 염 씨 가족에게 해방을 선사했다. 각자의 삶의 무게를 버텨가며 산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와중 나타는 구 씨의 존재는 염씨네 가족에게 신선한 자극이었고 숨통을 트이는 존재였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김지원(염미정)은 물론 시청자들의 묵은 체증까지 해소시켰다. '구찌 말고 구씨' '손석구씨' 등 많은 애칭을 얻으며 사랑받았다.
약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배우 이병헌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동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여러 주인공들의 삶이 녹아 있는 옴니버스식 작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병헌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제주 트럭 만물상으로 변신, "골라 골라"란 대사로 첫 등장하는데 기존 이병헌의 이미지를 싹 지웠다. 드라마엔 오로지 동석만 있었다. 어떤 캐릭터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의 진가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방송 말미 시한부인 엄마 김혜자와의 호흡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애증 가득한 모자의 마지막은 감동과 울림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배우 이성민은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 역을 맡아 맹수 같은 모습으로 카리마스를 발산했다. 1회 말미에 등장한 그는 대사 한 마디 없이 보는 이들을 압도했고 2회엔 첫 대사인 "몇 개고?"로 캐릭터와 동기화가 된 모습을 드러냈다. 꼬장꼬장한 경상도 사투리와 구부정한 자세로 날카로운 눈빛, 고집스러운 입매, 남다른 아우라로 냉혈인 진양철을 표현했다.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한 맹수는 건강 이상으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섬망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어린아이로 돌변했다. 공기 흐름까지 뒤바꾼 열연이었다.
tvN '일타 스캔들'로 '일타 로맨스킹'이란 수식어를 얻은 배우 정경호. 극 중 일타 강사 최치열로 활약한 그는 10살 연상의 선배 전도연과 환상의 로맨스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에 섭식 장애까지 있는 캐릭터였지만 캐릭터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고, 사랑에 빠졌을 땐 거침없는 직진 행보를 펼쳐 설렘을 수놓았다. 까칠하지만 그저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엔 정경호의 힘이 컸다. 이 덕분에 시청률은 19.8%(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았다. 자신의 최고 흥행작을 완성한 정경호는 로맨스극을 대표하는 주인공으로 위풍당당하게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너도 나도 인생캐 경신
지금까지와는 다른 김지원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나의 해방일지'다. 온 우주에 혼자 남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인생을 숙제처럼 여기는 인물 염미정으로 분해 활약했다. 말수가 적은 대신 눈빛으로, 내레이션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였다. 김지원은 특유의 깊은 눈빛과 나직한 내레이션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굉장히 어려운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한계 없는 캐릭터의 변주를 보여준 김지원은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엄마는 위대했다. 배우 김혜수는 tvN '슈룹'에서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 임화령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영화 '관상' 드라마 '장희빈' 이후 20년만 사극 도전이었다. 기대에 부응하듯 진가를 입증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일이든 불사하는 단단한 내면을 드러냈다. 그런 단단함 뒤엔 아들을 향한 따스한 아량, 자애로운 미소가 함께했다. 인간미를 입체적으로 완성시킨 김혜수는 자신만의 중전을 만들어내며 기존의 사극과는 다른 결을 보여줬다.
연기 경력 27년, 배우 박은빈이 ENA 개국 이래 최고 성적을 거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세가 됐다. 아역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꾸준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대본 보는 눈이 탁월하고 캐릭터 소화력이나 대본 해석력이 좋아 소위 연기 잘하는 배우로 통했던 상황. 주변의 부담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천재 변호사 우영우에 과감하게 도전한 그는 진심을 전했고 ENA를 넘어서 넷플릭스 전 세계 통합 1위까지 거머쥐었다.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그의 행보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단연 빼놓을 수 없게 됐다.
배우 송혜교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로맨스 퀸'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났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여자 문동은을 맡은 송혜교는 가해자들을 하나둘씩 옥죄어가는 과정을 연기하며 시청자를 울리고, 화나게 하고, 통쾌함을 선사하며 극 몰입을 최고조로 이끌었다. 배우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은 송혜교는 때론 처절하고 때론 독하게 또 어떨 땐 슬프게 문동은을 담아냈다. '더 글로리'가 용두용미의 결말을 맞고 신드롬급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원동력, 그 중심엔 송혜교가 있었다.
마음먹은 건 결국 다 해내는 배우 수지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를 통해 제대로 무르익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오롯이 연기로만 평가를 받아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 안나 캐릭터를 10대부터 40대까지 완벽히 소화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등장할 때도, 화려하게 꾸민 채 등장할 때도 수지는 없었다. 캐릭터 그 자체였다. 단독 주연의 무게를 이겨낸 수지는 유미에서 안나가 되어 가는 심리 변화와 감정 변화를 촘촘하게 담아내며 배우로서 대표작을 탄생시켰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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