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끊겨도, 복지는 남의 떡…60~64살 일자리 33%가 저임금
60~64살 395만명, 일자리·복지 사각지대
경기도 양평에 사는 조아무개(61)씨는 자영업과 직장생활을 번갈아 가며 생계를 잇다 최근 가구 등을 만드는 한 공방에 어렵사리 취직했다. 그나마 늘그막에 생계를 위해 몇 년간 목공을 열심히 배운 결과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지만, 월급이 너무 적어 생활을 이어가기엔 늘 빠듯하다. 기왕 환갑을 넘긴 나이인 만큼 조씨는 오히려 훌쩍 몇살 더 나이를 먹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만 63살이 되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고, 65살 땐 기초연금 등 여러 노인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씨처럼 고령층 가운데 적은 임금을 감수하며 일하거나, 일감이 아예 끊어지기 쉬우면서 별다른 복지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고령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표적 인구 집단이 60~64살이다. 이들은 노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집단이면서 동시에 예전보다 낮은 임금을 받아 소득단절이나 급격한 소득감소를 겪는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공개한 ‘고령 저임금근로자의 노동공급 분석’(진성진·오지영) 보고서를 24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60~64살 인구는 약 395만명(남성 195만3천명·여성 199만7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7.6%를 차지했다. 인구집단을 5살 단위로 쪼갰을 때, 65~69살 인구가 약 280만여명이니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인구집단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선두에 있는 1956년생부터 1960년생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2020년 기준) 자료를 바탕삼아 이들의 경제활동 상태를 보니, 열에 넷 가까이가 비경제활동인구(37%)였다. 경제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머지 36%는 임금근로자로 142만2천명가량이다. 이어 20%는 자영업자, 4%가 무급가족 종사자, 그리고 실업자가 2%의 순이다. 이들 연령집단의 뚜렷한 특징은 대체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해 일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자가 많다. 그래서 소득이 끊어졌거나 급격히 줄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노동연구원의 실제 분석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2020년 저임금 기준은 166만7천원이었다. 이 기준은 전체 중위임금(하위 50% 임금수준·2020년 기준 250만원)에 3분의 2를 곱한 값이다. 이에 따른 60~64살 인구의 임금근로자 중 저임금근로자에 해당하는 이들의 비율을 살펴보니 33.2%에 이르는 걸로 나타났다. 같은 해 전체 임금근로자의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20.3%이니, 이 연령대의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비율은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두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60~64살 임금근로자 가운데 저임금근로자 비율은 남성은 23.1%이지만, 여성은 무려 48.1%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일자리에서 종사할까? 남성은 주로 건설업(38.4%)과 운수업(14.9%)에 절반 이상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여성은 보건 및 복지 서비스업(30.9%)에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고, 그다음으로 숙박·음식업점(19.7%), 도소매업(11.7%)에 분포돼 있다. 이들 업종은 대체로 일일 근로와 단시간 일자리다. 단순 노무와 서비스 종사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하는 사업체의 규모를 본 결과에서는 남녀 모두 75% 이상이 30인 미만 사업체에 일하고 있으며,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은 1% 정도에 불과했다. 고령화 연구패널(2020년 기준) 자료를 통해 60~64살의 저임금근로자가 속한 가구의 소득과 자산 수준을 살펴본 결과에서는 이들 저임금 근로자 가구의 평균 연 소득은 3992만원, 자산은 3억5694만원, 가구당 평균 부채는 965만원으로 조사됐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했지만 별다른 복지 혜택이 없다는 점도 이들 연령집단의 또 다른 특징이다. 기초연금 대상이 아니며, 한국 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 일자리 사업(정부가 소득 보충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사업)’ 대상이 되기도 쉽지 않다. 기초연금은 65살 이상이 되어야 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도 65살 이상 중 기초연금 수급자가 주 대상이다. 2020년 기준 60~64살 고령자 중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3만8천명에 그친다 .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숫자다 .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공적연금은 제도 변경으로 2023년 기준 나이 63살이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고, 2033년부터는 65살이 되어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밖에 경로우대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대상 기준도 주로 65살 이상을 기준으로 짜여 있어 이들 인구집단과 무관하다.
연구를 총괄한 노동연구원의 진성진 박사는 “60~64살 인구집단은 65살 이상 노인과는 이질적 집단이라 단기적으로는 소득단절에 대한 차선책으로 근로를 장려하는 정책 방향이 적절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득단절 구간을 좁히기 위한 정책, 즉 정년연장 및 계속 고용제도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밝혔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 “100년 전 일로 일본 무릎 꿇으란 생각 동의 못 해”
- 귀국한 송영길 “검찰 오늘이라도 소환하면 응하겠다”
- “30년 전 정부가 분당 건설”…‘정자교 붕괴’ 책임 돌리는 성남시장
- 김건희 여사 알았나?…검찰, ‘도이치 주가조작’ 권오수 소환조사
- “이사비 줄게” 매맷값보다 비싼 전세 유인…사회초년생이 희생양
- 벌 141억마리 떼죽음…꿀 다 떨어진 4월
- 윤 대통령 미국땅 밟기도 전에 ‘반도체 청구서’ 날린 백악관
- [단독] 전세대출 사기 피해자 손들어준 법원…“금융사 책임”
- 전공의 ‘소주병 폭행’ 대학병원 교수 복귀…“의사 못 구해서”
- 3년째 자가용 유류세 깎아주면서 ‘1만원 교통패스’는 퍼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