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끊겨도, 복지는 남의 떡…60~64살 일자리 33%가 저임금

이창곤 2023. 4. 24. 1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연구원, 저임금근로자 실태 분석
60~64살 395만명, 일자리·복지 사각지대
60~64살 인구집단은 대체로 급격한 소득감소와 단절을 겪은 저임금근로자들이다. 사진은 2023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장면이다. 연합뉴스

경기도 양평에 사는 조아무개(61)씨는 자영업과 직장생활을 번갈아 가며 생계를 잇다 최근 가구 등을 만드는 한 공방에 어렵사리 취직했다. 그나마 늘그막에 생계를 위해 몇 년간 목공을 열심히 배운 결과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지만, 월급이 너무 적어 생활을 이어가기엔 늘 빠듯하다. 기왕 환갑을 넘긴 나이인 만큼 조씨는 오히려 훌쩍 몇살 더 나이를 먹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만 63살이 되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고, 65살 땐 기초연금 등 여러 노인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씨처럼 고령층 가운데 적은 임금을 감수하며 일하거나, 일감이 아예 끊어지기 쉬우면서 별다른 복지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고령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표적 인구 집단이 60~64살이다. 이들은 노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집단이면서 동시에 예전보다 낮은 임금을 받아 소득단절이나 급격한 소득감소를 겪는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공개한 ‘고령 저임금근로자의 노동공급 분석’(진성진·오지영) 보고서를 24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60~64살 인구는 약 395만명(남성 195만3천명·여성 199만7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7.6%를 차지했다. 인구집단을 5살 단위로 쪼갰을 때, 65~69살 인구가 약 280만여명이니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인구집단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선두에 있는 1956년생부터 1960년생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2020년 기준) 자료를 바탕삼아 이들의 경제활동 상태를 보니, 열에 넷 가까이가 비경제활동인구(37%)였다. 경제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머지 36%는 임금근로자로 142만2천명가량이다. 이어 20%는 자영업자, 4%가 무급가족 종사자, 그리고 실업자가 2%의 순이다. 이들 연령집단의 뚜렷한 특징은 대체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해 일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자가 많다. 그래서 소득이 끊어졌거나 급격히 줄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노동연구원의 실제 분석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자료: 한국노동연구원(2023)

2020년 저임금 기준은 166만7천원이었다. 이 기준은 전체 중위임금(하위 50% 임금수준·2020년 기준 250만원)에 3분의 2를 곱한 값이다. 이에 따른 60~64살 인구의 임금근로자 중 저임금근로자에 해당하는 이들의 비율을 살펴보니 33.2%에 이르는 걸로 나타났다. 같은 해 전체 임금근로자의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20.3%이니, 이 연령대의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비율은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두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60~64살 임금근로자 가운데 저임금근로자 비율은 남성은 23.1%이지만, 여성은 무려 48.1%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일자리에서 종사할까? 남성은 주로 건설업(38.4%)과 운수업(14.9%)에 절반 이상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여성은 보건 및 복지 서비스업(30.9%)에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고, 그다음으로 숙박·음식업점(19.7%), 도소매업(11.7%)에 분포돼 있다. 이들 업종은 대체로 일일 근로와 단시간 일자리다. 단순 노무와 서비스 종사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하는 사업체의 규모를 본 결과에서는 남녀 모두 75% 이상이 30인 미만 사업체에 일하고 있으며,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은 1% 정도에 불과했다. 고령화 연구패널(2020년 기준) 자료를 통해 60~64살의 저임금근로자가 속한 가구의 소득과 자산 수준을 살펴본 결과에서는 이들 저임금 근로자 가구의 평균 연 소득은 3992만원, 자산은 3억5694만원, 가구당 평균 부채는 965만원으로 조사됐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했지만 별다른 복지 혜택이 없다는 점도 이들 연령집단의 또 다른 특징이다. 기초연금 대상이 아니며, 한국 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 일자리 사업(정부가 소득 보충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사업)’ 대상이 되기도 쉽지 않다. 기초연금은 65살 이상이 되어야 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도 65살 이상 중 기초연금 수급자가 주 대상이다. 2020년 기준 60~64살 고령자 중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3만8천명에 그친다 .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숫자다 .

자료: 한국노동연구원(2023)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공적연금은 제도 변경으로 2023년 기준 나이 63살이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고, 2033년부터는 65살이 되어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밖에 경로우대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대상 기준도 주로 65살 이상을 기준으로 짜여 있어 이들 인구집단과 무관하다.

연구를 총괄한 노동연구원의 진성진 박사는 “60~64살 인구집단은 65살 이상 노인과는 이질적 집단이라 단기적으로는 소득단절에 대한 차선책으로 근로를 장려하는 정책 방향이 적절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득단절 구간을 좁히기 위한 정책, 즉 정년연장 및 계속 고용제도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밝혔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