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만난 김기현 "저출산 문제에 획기적 대책 절실"

유승목 기자 2023. 4. 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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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 대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4.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 등 각종 현안 대응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가 24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저출산 토론회에서 실효성 있는 출산율 회복 정책 마련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돌봄·교육 및 주거지원 등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같은 양성평등을 저출산 문제의 또 다른 해법으로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이 주최한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 대토론회'에서 "지난 15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썼지만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저출산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자녀가 넷인데 제가 (아이를) 낳을 때만 하더라도 한 자녀 운동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되고 있던 때였다"며 "지나고 보니 (당시 인구)정책 당국자들이 얼마나 잘못된 정책전망을 하고 인구정책에 한 식견이 부족한 것인지를 실감한다"고 했다. 이어 "그 당시 후유증으로 저출산 문제에 수백 조원을 퍼부어도 해결 안 되는 (저출산) 난제에 직면한 게 아닌가 싶다"며 "정책 당국자들이 폭넓은 식견을 갖고 미래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집권당 대표로 책임감을 절절히 느낀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엔 김 대표 뿐 아니라 여당 지도부 주요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여협과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전주혜 원내대변인을 비롯해 박대출 정책위의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고 김병민 최고위원은 직접 토론자로 나서 저출산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눴다.

여당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당정이 획기적인 저출산 정책을 모색하겠단 뜻을 강조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15년 동안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저출산대책을 종합적·입체적·과학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자리"라며 "다섯 가지 국정운영방향을 잡았다. 돌봄과 교육, 일과 교육의 병행, 주거 문제, 양육비 지원 문제, 건강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에서 후속 법안이나 정책을 많이 입안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4.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병민 최고위원도 "역대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이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말로 되뇌었지만 어느정도 심각하고 어디까지 (정책비용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었는지 솔직한 고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 아빠가 부딪히는 현실의 벽이 있고 이를 어떻게 낮춰나갈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필요하다. 적어도 '이 정부가 아이를 낳고 키우게 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구나'하는 누구나 알만한 세 가지 정도의 핵심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저출산 현안을 챙기는 게 낯선 모습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저출산 쇼크가 입법화두로 부상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저출산 위기해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 체제가 출범한 후 당내에서 20대 남성이 아이를 셋 낳을 경우 병역을 면제하는 아이디어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며 설익은 정책이란 비판을 받는 등 저출산과 관련해 정책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저출산 해법과 관련해 출산과 육아의 주체인 여성의 정책수요를 반영하지 않아 여성 지지율을 끌어오지 못하고 있단 비판도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단체가 직접 주최하는 저출산 토론회에서 획기적인 해법을 내놓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유명 인구학자인 한스 로슬링 교수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나라들이 저출산에서 벗어난건 복지가 아니라 양성평등으로 (정책방향을) 갔을 때라는 말을 했다"며 "결국 여성의 위치, 사회에서의 역할이 높아질 때 저출산도 해결될 것이라 보고 이런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바람"이라고 말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김기현 대표는 "여협은 지난 60년 간 대한민국 여성들의 여권신장과 사회·경제활동 참여와 지위향상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해오셨다"며 "여협에서 (저출산 해법을) 잘 모색하고 제안해주면 녹여낼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당에서 모든 의원들이 마음을 모아 획기적인 대안들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허명 여협 회장과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홍순이 한국비서사무협회 회장 등 여성관련 단체 인사들과 안드레아 마리아 슈나이더 주한 독일 대사관 참사관 등이 참석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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