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학생 무상학식 사업 불투명…사업 재검토
경남도가 전국 처음으로 시행하려던 ‘대학생 무상학식 사업’을 재검토한다. 정부의 긴축 재정 정책이 이어지면서 연간 36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해당 사업의 실효성이 도마에 오르면서다. 정부가 확대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과 중복되는 점도 걸림돌이다.
24일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모든 대학생에게 하루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경남형 대학생 학식 지원’ 사업을 당분간 재검토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청년 인구 유출을 막고 수도권·지방대 양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이 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대학생 47%가 ‘식비가 가장 부담된다’고 답한 전국대학생네트워크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를 들어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경남도는 도내 대학생 1인당 하루 한 끼(경상국립대 교내 식당 기준 4000원), 연간 60만원 학식 바우처를 지급할 계획이었다. 이 바우처는 교내 급식 시설과 도내 일반음식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다. 도내 23개 모든 대학 재학생 6만명이 대상인 만큼 예산은 총 36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무상학식 사업은 토론회 등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경남도의회는 지난 1월 확대의장단회의에서 경남도에 해당 사업의 재검토를 주문했다. 매년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이다.
경남도도 정부의 재정 건전화 기조에서 무상학식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재는 예산 투입을 줄이고자 보편적 지원보다 선별적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선별지원은 한 끼 5000원, 연간 150일 기준으로 소득 하위 수준별(70%·30%·10%)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소득 하위 수준별로 지원하면 한해 353억~150억원이 든다.
경남도는 지난 11일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 현안을 보고하려 했으나 사업 재검토를 결정하면서 보고회를 취소했다. 지난 2월 대학생 최소 식사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다.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이시영 도의원(김해7·국민의힘)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 재원 마련과 분담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학식보다 자칫 유흥비 등 일회성으로 악용될 수 있고 비진학 청년과의 형평 문제 등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무상학식 사업이 농림축산식품부 ‘천원의 아침밥’과도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정부 1000원, 학생 1000원, 대학교가 나머지를 각각 식비를 부담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지난해 28개 대학(5억원)에서 올해 41개 대학(정부 예산 15억8800만원)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오는 28일까지 추가 신청을 받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선정된 경상국립대 관계자는 “정부나 경남도가 지원을 많이 해주면 학생이나 학교는 그만큼 도움이 된다”며 “사업끼리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면 주무관청이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무상학식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외 상황이 급변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 사업 확정까지는 오래 걸릴 것 같다”며 “최대 관건은 재원 확보인데 ‘천원의 아침밥 사업’ 우선 활용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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