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발전·수소 올인..韓 기술기업, 칠레와 협력해달라"

우경희 기자 2023. 4.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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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디에고 파르도(Diego Pardow) 칠레 에너지부 장관

중미부터 남극해까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남미의 자원부국 칠레. 다양한 위도에서 생산되는 농산품을 중심으로 농업의 시대를 살던 칠레는 풍부한 천연자원이 각광받으며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던 칠레가 글로벌 탄소중립 압박 속에서 다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풍력·태양광을 바탕으로 하는 친환경·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다. 한국과 협력기회도 넓어질 전망이다.

지난 23일 방한한 디에고 파르도 칠레 에너지부 장관(Ministry of Energy)을 24일 칠레대사관에서 만났다. 그는 "열병합 발전소를 탄소중립적 친환경 발전으로 전환하는데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싶다"며 "한국의 조력발전 등 친환경 발전 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칠레가 국가주도 전략으로 육성 중인 수소산업에 대해서는 "한국이 수요처와 협력대상으로 모두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디에고 파르도(Diego Pardow) 칠레 에너지부 장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50년 탄소배출량 75% 감축 목표..친환경발전 전환에 韓 협력 원해"

칠레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보다 75%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 등 선진국들이 2050년 완전한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운것에 비하면 다소 늦지만 나머지 25%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핵심으로 꼽는게 모빌리티와 발전원 친환경화다. 이 대목에서 칠레와 한국이 협력할 지점이 보인다.

파르도 장관은 "나머지 25%에 대해서도 전력망 탈탄소화를 통해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이어 "칠레 정부 차원에서 이미 전체의 50% 가량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했다"며 "나머지 부분을 위해 열병합발전을 대체하는 등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데, 한국처럼 선도적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들과 공공·민간 영역에서 어떻게 협력하며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르도 장관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부분, 또 이런 에너지를 다 정규에너지(기저전력망)로 포지셔닝하는데 한국의 여러가지 노하우를 배우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한국의 중견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기술이나 미래모빌리티 노하우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유치가 쉽지 않은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 협력을 통한 밸류체인 구축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르도 장관은 칠레의 에너지 전환에서 한국 기업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예를들어 한국의 조력발전(tidal power generation) 노하우에 매우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정부 관계자와 면담을 앞둔 상황에서 조력발전의 한국어 발음을 취재진에 수차례 묻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협력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협력 기회가 있다. 파르도 장관은 "전기차 보급을 대형차 중심으로 하다보니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진 감이 있지만 가정용 전기차 인센티브 지원이라든지 다양한 대안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충전소 인프라 구축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역시 외국 기업들과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디에고 파르도(Diego Pardow) 칠레 에너지부 장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25~2030년 그린수소 kg당 1.5달러에 생산"

미래성장동력의 핵심은 수소다. 한국과 가장 큰 협력의 열쇠도 역시 수소다. 칠레는 2050년 연 5GW의 그린수소(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수소)를 양산할 방침이다. 독일이나 영국이 모두 2030년 연 5GW 생산목표를 세운 것에 비하면 달성 시점이 늦지만 그만큼 현실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칠레는 2020년에 국가수소전략을 세웠는데 남미에서 가장 이르다.

파르도 장관은 "칠레는 엄청난 수소수출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 일단 자원이 풍부하고 마가야네스와 파타고니아 등 태양광과 풍력이 풍부한 지역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목표대로라면 국내 수요 대비 훨씬 많은 수소를 중장기적으로 양산할 수 있으며, 국제수요가 불안정하다는 변수는 있지만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싸게 생산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파르도 장관은 "강한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양질의 수소를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데, 그린수소 가격이 2025~2030년엔 kg당 1.5달러(약 2000원)까지 내려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소시장에선 한화 약 3000원을 그린수소가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선으로 본다.

파르도 장관은 "칠레의 친환경 전략에 경쟁력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나라가 지속적으로 이를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많은 제안을 하면서 민간기업들을 지원하고 있고 수소 뿐 아니라 다른 재생에너지 시장도 빠른 속도로 개발될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양산에 집중하는 한편 다양한 파생시장(밸류체인 등)에 투자한다면 에너지 변화를 더 빠르게 이끌 수 있고 이런 점을 더 이해하기 위해 여러가지 국가적 자문을 받고 있다"며 "한국은 수소를 다양한 밸류체인에서 활용하는 선진국인 만큼 우리가 좀 더 배우고 ,실제로 우리나라에 투자하며 사업을 펼쳐간다면 (양국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르도 장관은 UC버클리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칠레대(University of Chile) 법학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가브리엘 보릭(Gabriel Boric) 대통령 정부 대통령직 감시단장을 맡았다가 에너지부 장관이 됐다. 경제 및 에너지 규제의 경제적 분석 전문가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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