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후폭풍 서민주택에 몰렸다…‘빌라 포비아’ 확산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4.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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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라 전세 절반 ‘하락 거래’
전세보증 사고 역대 최다
사진은 대규모 전세사기가 벌어진 서울 화곡동의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지역 전경. [이충우 기자]
올해 1분기 서울에서 전세 거래된 빌라의 절반 이상이 직전 분기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현실화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전세보증사고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2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의 순수 전세 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1471건 중 804건(55%)이 종전 거래보다 금액이 내려간 ‘하락 거래’였다.

이번 조사는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전세 계약이 1건이라도 체결된 거래의 최고 가격을 비교했다.

특히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았던 은평구와 강남구, 서초구는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대체재 성격의 빌라 전셋값도 같이 떨어져 하락 거래 비율이 컸다. 은평구는 전세 거래 81건 중 54건(67%)이 하락거래였다. 이어 강남구 62%(55건 중 34건), 서초구는 60%(72건 중 43건)이 하락 거래로 나타냈다.

이른바 빌라왕과 같은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강서구에서는 1분기 전세 거래 153건 중 94건(61%)이 하락 거래였다. 일례로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빌라(전용 29.98㎡)는 작년 11월 보증금 3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지만, 올해 2월 같은 면적이 2억5000만원에 거래돼 3달 사이 보증금이 5000만원 떨어졌다.

불과 수개월 사이 보증금이 1억원 넘게 하락한 거래 사례도 있었다. 양천구 신정동의 한 빌라(전용 44.64㎡)는 지난해 12월 3억 5500만원(3층)에서 올해 3월엔 2억 5000만원(4층)으로 1억500만원 하락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한 빌라(전용 29.16㎡)도 작년 12월 4억원(5층)에서 올해 3월 3억원(6층)으로 1억원 떨어졌다.

전세 거래도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서울에서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는 1만 5873건이 이뤄졌지만, 올해 1분기엔 1만4962건으로 911건 감소했다.

업계는 전셋값 급락에 따른 역전세 현상이 당분간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R114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 등으로 빌라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면서 역전세가 확산할 것”이라며 “전세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갈등, 전세 보증사고 등도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역전세난 심화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모두 7974건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4분기(2393건)의 3.3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증사고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뒤 전세 계약 해지나 종료 후 1개월 안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한 경우, 전세 계약 기간 중 경매나 공매가 이뤄진 뒤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 해당된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가구 주택이 3928건으로 전체의 49.3%를 차지했다. 다가구 주택은 다세대 주택과 외형상 큰 차이는 없지만, 등기상 건물 전체를 1개의 주택으로 간주한다. 건물의 각 호별로 등기도 분리가 된 다세대 주택과 달리 집주인 1명과 계약 관계인 세입자가 다수여서 전셋값 하락기에 보증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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