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부족 메우지 말라”…韓 진퇴양난

권동준 2023. 4. 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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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중 반도체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중국 정부가 미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이크론 메모리를 중국에 팔지 못하게 해 미국을 압박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등은 1년 유예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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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마이크론 제재' 대응책
삼성·SK하이닉스 겨냥 압박
윤 대통령 방미 앞두고 요청
IRA 규제·판매 통제 이중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중 반도체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중국 정부가 미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중국 대응에 한국이 공조하라는 것으로, 시행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백악관과 우리나라 대통령실 간 대화를 잘 아는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번 요청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자 대응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달 마이크론을 인터넷 안보 심사 대상에 올렸다. 정보 인프라 공급망을 점검해 국가 안보를 보호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봤다. 마이크론 메모리를 중국에 팔지 못하게 해 미국을 압박하려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론 매출 가운데 약 25%가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 차지, 중국 판매가 막히면 마이크론이 타격을 입게 된다.

세계 3대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을 제한할 경우 중국 역시 메모리가 부족해질 수 있지만 마이크론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수급을 늘리면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메모리 공장(팹)도 두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수급에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은 이 때문에 한국 정부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동참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 행동이 효과가 없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점을 중국에 보여주기 위해 협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지렛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불편한 상황에 놓였다. 중국이 실제 마이크론을 제재할 경우 양사에는 기회다. 마이크론 대신 메모리를 공급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70%, 마이크론은 20%대로, 생산능력 및 공급능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미·중 갈등 속에서 선뜻 중국 판매를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에 반사이익을 챙기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요청이 사실일 경우 미국의 동참을 무시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에 공급하지 않으면 중국과는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게 돼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가뜩이나 미국 규제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까지 제한받는 상황에서 판매까지 통제받을 공산이 커져 '이중고'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양사 중국 반도체 판매법인 매출은 지난해 각각 32%, 26%씩 감소했다.

오는 26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책임과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등은 1년 유예를 뒀다. 오는 9월 말이면 규제 대상이 된다. 규제를 받게 되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한다. 기술이 있어도 최신의 첨단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또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을 앞세워 영업비밀 공개나 이익 공유를 주장하고 있다. 모두 기업 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정부 외교력과 협상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이번 방미 핵심 키워드로 △공급망 협력 △첨단과학기술 협력 강화 △첨단기업 투자 유치 등을 꼽았다. 반도체를 둘러싼 한미 간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지, 과제가 산적히 쌓이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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