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360조 신(新)엘도라도 '토큰증권'…왜 핫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장경영 2023. 4. 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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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그래픽=전희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토큰증권’(Security Token)이라는 새로운 엘도라도가 열리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가 수년 내 자그마치 3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4.5%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토큰증권이 과연 뭐길래 이렇게 급성장한다는 걸까요.

토큰증권은 비트코인을 탄생시킨 ‘블록체인 기술’을 주식이나 채권 같은 증권에 결합한 새로운 투자상품입니다. 부동산이나 미술품에서부터 저작권, 지식재산권, 심지어 한우 같은 가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 대상의 지분을 여러 개로 쪼갠 뒤 토큰증권으로 만들어 사고팔 수 있게 됩니다.

정부는 이 시장을 키우기 위해 올해 2월 토큰증권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행 법률의 테두리 밖에 있던 토큰을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한 형태로 끌어들여 합법화한 것이죠. 이 계획대로 라면 토큰증권 시장은 그야말로 빅뱅이 예상됩니다. 토큰증권 발행이 합법화되는 내년 34조원으로 시작해 2030년이면 367조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벌써부터 증권회사, 정보통신기술(ICT)업체, 핀테크 기업 등 관련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증권과 ICT 분야 1위 업체인 미래에셋증권과 SK텔레콤이 손을 잡았고,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뱅크가 동맹을 맺었습니다.

토큰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기존의 투자 수단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봅시다. 토큰증권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과 토큰증권 덕분에 활성화될 ‘조각 투자’가 무엇인지도 이해해봅시다.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가축(한우)까지
토큰증권은 투자 대상이 무궁무진해요

게티이미지뱅크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봤을 겁니다. 뉴스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투자’는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사람이 투자를 잘해서 큰돈을 벌었다”거나 “투자에 실패해서 위기를 맞았다” 같은 얘기입니다.

투자 대상은 주로 주식이나 부동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동안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투자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 철광석 구리 등의 광물 자원, 밀 옥수수 콩 등 곡물에 이르기까지 투자 대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원금 손실 위험과 기대수익

이처럼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다양하긴 하지만, 어느 대상에 투자하더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와 원금을 보장받는 예금과 달리, 투자할 때는 투자한 돈(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걸 각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투자에서의 ‘원금 손실 위험’이라고 부릅니다. 투자자들이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수익이 클수록 더 큰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려 합니다. 반대로 원금 손실 위험이 작으면 기대할 수 있는 이익도 작습니다. 즉, 위험과 기대수익은 비례 관계입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위험수용성향)가 다릅니다. 원금 손실 위험을 꺼리는, 위험수용성향이 약한 사람은 기대수익이 작더라도 위험이 작은 대상에 투자하려 하고, 위험보다는 기대수익이 중요한, 위험수용성향이 강한 사람은 가급적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대상을 선호합니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저마다 다른 위험수용성향과 기대수익에 맞춰 적절한 투자 대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매우 다양한 투자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놨습니다. 그중에서 ETF는 ‘20세기 후반 최고의 금융혁신’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주식처럼 주식거래소(Exchange)에서 거래되는(Traded) 펀드(Fund)라는 의미로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명칭입니다.

ETF는 1993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우리나라에는 2002년 도입됐습니다. ETF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자가 다양한 투자 대상에 매우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금리가 내려 채권 가격이 오를 것 같다면 ‘채권 ETF’에, 금값 상승이 예상된다면 ‘금 ETF’에, 세계 경제 불황으로 석유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면 석유 가격이 하락해야 수익을 올리는 ‘석유 인버스(inverse) ETF’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ETF는 투자 대상의 가격이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를 지수(index)로 만들고 그것을 추종하는(따르는) 방식입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채권 가격은 채권 시장, 금값은 금 시장, 석유 가격은 석유 시장의 가격을 참고로 해서 지수를 만듭니다.

토큰증권의 장점

내년부터 거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토큰증권은 다양한 투자 대상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ETF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토큰증권은 부동산 미술품 같은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저작권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 심지어 가축(한우)까지도 투자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 ETF보다 투자 대상의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그냥 넓은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는 투자의 대상으로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 대거 토큰증권을 통해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투자 대상이 무궁무진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토큰증권은 발행하는 비용이 주식, 채권 같은 일반적인 증권에 비해 40%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토큰증권은 무궁무진하게 많은 투자 대상에 대한 증권을 저렴한 비용으로 발행해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질 전망입니다. 내년에 34조원 규모로 출발해 2030년엔 3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NIE 포인트

1. 원금 손실 위험과 기대수익의 관계를 설명해보자.

2. 상장지수펀드(ETF)의 특징을 정리해보자.

3. 토큰증권의 장점을 생각해보자.

블록체인 같은 혁신적·파괴적 기술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줍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적이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이나 영화에선 ‘금화’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곤 합니다. 금(gold)으로 만든 금화는 금의 양만큼 가치가 있는 ‘실물화폐’입니다. 해적 시대엔 이런 금화가 통용됐습니다.

금화 같은 실물화폐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어 금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곧 소유권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실물화폐는 가지고 다니기가 번거롭다는 등의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용화폐’가 등장했습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신용화폐는 화폐 자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대신 한국은행처럼 화폐를 발행하는 기관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약속에 기반해 그 화폐에 가치를 부여합니다. 신용화폐는 누가 얼마의 가치를 가진 돈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공인기관에 저장된 기록에 의존합니다. 그 기록이 정확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금융결제원이 공인기관의 역할을 합니다.

비트코인의 한계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하자 많은 사람이 화폐의 역사가 신용화폐에서 ‘암호화폐’로 바뀔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상을 바꿀 새로운 화폐라는 기대를 받으며 비트코인 가격은 엄청나게 치솟았습니다. 등장 초기 수십만원이던 1비트코인 가격이 2021년 11월 82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당시엔 1억원 돌파가 당연시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1년 만에 2000만원까지 급락했습니다. 이처럼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자 ‘가치 저장 수단’인 화폐로서의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해졌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은 작아졌지만, 비트코인의 근간을 이루는 ‘블록체인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킬 혁신적인 방식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정보를 기록한 장부를 말하는 ‘원장(ledger·元帳)’을 모든 구성원이 각자 보관하고 새로운 거래가 생길 때마다 모든 구성원이 장부를 똑같이 업데이트하는 방식입니다. 원장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돼(distributed) 있다는 의미로 ‘분산원장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블록체인이란 말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특정 시간(예를 들어 10분) 동안 발생한 모든 거래 정보가 기록된 블록(block)이 생성돼 모든 구성원에게 전송되면, 각자가 가지고 있던 블록들의 모음(chain)에 새로운 블록을 연결하는 원리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에서는 해당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신용화폐에서의 공인기관 역할을 대신하는 셈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블록체인을 조작하려면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가진 블록을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조각투자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 그러니까 분산원장 기술의 원리를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20억원짜리 건물을 토큰증권으로 만든다면 이 건물의 지분을 20만 개로 쪼개고, 20만 개의 블록에 소유권 등의 정보를 담습니다. 투자자는 20만 개 중 하나를 1만원에 사서 그 건물의 지분을 갖고, 자신이 가진 지분만큼 임대료 수입을 받거나,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다른 사람에게 지분을 팔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의 투자를 가리켜 ‘조각투자’라고 합니다. 하나의 투자 대상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여러 투자자가 함께 투자하고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이죠. 투자자로선 소액으로도 큰 규모의 투자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또 지금까지는 투자를 받기 어렵거나 불가능했던 투자 대상을 가진 사람도 분산원장 기술과 토큰증권 덕분에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런 혁신 기술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줍니다. 다만 혁신 기술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신중하지 못한 투자로 피해를 보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혁신만큼 투자자 보호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NIE 포인트

1. 실물화폐와 신용화폐의 개념을 정리해보자.

2. 블록체인 기술의 원리를 설명해보자.

3. 조각 투자와 투자자 보호에 대해 토론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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