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빈 방문 尹대통령, ‘선물 보따리’ 가능할까
반도체법·IRA 해법 촉각…성과 기대 못 미칠 시 역풍 우려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한‧미 양국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경제‧국방 전 분야에 걸쳐 한 단계 '발전된 동맹'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배경도 미국의 '선물 보따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었단 해석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지원법과 '한국형 핵우산' 등이 이번 방미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얼마큼의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을 이용해 미국 워싱턴 DC로 향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24일(현지시각) 미국에 도착한 뒤 국빈이 머무는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동포 간담회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친교 시간, 양자 회담, 국빈 만찬 등을 함께하며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오는 26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대북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와 경제‧안보 협력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될 전망이다.
가장 큰 화두는 '한국형 핵우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핵우산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확장억제 강화 차원으로 거론되는 방안이다. 북한이 한국을 핵 공격하면 미국의 핵 자산 운용에 우리 정부가 일부 참여해 보복 대응하는 것을 문서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한‧미는 지난해 9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11월 안보협의회의(SCM)를 꾸리고, 정보 공유·협의 절차·공동 기획·공동 실행 등 확장억제 정책 범주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논의를 이어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한국형 핵우산 등 안보 협력 방안에 대해 "양국 간 확장억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 한·미가 마련하려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한국 땅에 핵무기를 갖다 놓지는 않지만, 협의의 깊이와 협력의 폭은 훨씬 더 깊고 강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 및 IT(정보통신)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급선무로 꼽힌다.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을 잇달아 시행하며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나서면서다.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투입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달러(약 19조9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기밀'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등의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등 다소 무리한 조항을 내건 상태여서 업계에서는 이번 방미 기간 기밀 자료 제출 범위 최소화를 기대하고 있다.
IRA에 따른 국내 자동차 업계의 보조금 제외 문제도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사다. IRA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최종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16종(하위 모델 포함 22개)에는 현대차·기아 차량이 모두 제외됐다.
만약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도출할 경우 정부‧여당 지지율이 하락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러시아‧중국 등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된 가운데 미국‧일본과의 '삼각 동맹'에서도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지 얻지 못한다면 진보뿐 아니라 보수 유권자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한‧일 정삼회담의 경우 '성과'보다는 각종 설화와 논란이 더 크게 부각된 바 있다.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안' 구상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발을 사면서다. 여기에 후쿠시마 수산물과 방사능 오염수 방류 논란이 불거지며 순방 효과가 일부 가려졌다.
한편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이날부터 30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방미 기간 한미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방문 등을 비롯해 미국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 하버드대 연설,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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