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자연을 품은 왕버들나무, 속절 없이 베였다
환경단체 “반환경적에다 무지” 반발
경북 예천군이 최근 내성천 자연제방에서 자라난 나무 수백그루를 벌목하자 환경단체가 “생태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4일 성명을 내고 “예천군이 보문면에 있는 미호교에서 오신교 사이 3㎞에 이르는 버드나무 군락지에서 일명 ‘싹쓸이 벌목’을 했다”며 “강가에 자연스레 만들어진 제방에 자라난 나무를 합당한 이유 없이 잘라내는 것은 생태 테러”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예천군은 최근 보문면 자연제방 일대에 왕버들나무와 소나무, 참나무 등 수백여그루를 잘라냈다. 수령이 20년 이상 된 나무도 다수 있었다고 환경단체는 밝혔다.
내성천은 봉화군과 예천군을 흐르는 강이다. 모래 하천이라고도 불리는 이 강에는 야생생물 1급인 수달과 흰꼬리수리, 흰수마자 등 3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는 하천 주변 나무들이 다른 생물의 서식처이자 은신처를 제공하고, 하천의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아주는 등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적으로 만든 제방이 아닌 자연스레 범람을 막는 등의 역할을 하는 자연제방에서 자라난 나무를 무분별하게 벌목하는 행위는 환경파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왕버들 잔뿌리는 물고기의 서식처 기능을 하고 왕버들을 비롯한 나무들은 산새와 수달 등의 서식처 기능을 한다”며 “홍수 때는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하류 지역의 피해를 막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거 없는 벌목행위는 반환경적이자 무지한 행정”이라고 덧붙였다.
예천군은 해당 나무들이 운전할 때 시야를 가린다는 민원이 많아 벌목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나무가 강물의 흐름을 방해해 이물질이 걸리는 등 홍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고도 덧붙였다. 홍수 예방을 위한 통수 단면을 늘리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통수 단면은 하천 횡단면으로 물이 흐르는 면적을 말한다. 홍수 때 통수 단면이 클수록 물을 많이 흘려보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사무처장은 “하천 한가운데 있는 나무는 벌목하지 않으면서 홍수 위험성 때문에 제방에 있는 나무만 골라 베어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나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하천 수위를 비교한 자료도 없이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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