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원더골’을 소환한 이강인, 스페인을 뒤흔들었다

윤은용 기자 2023. 4. 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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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카 이강인이 24일 스페인 마요르카의 비지트 마요르카 에스타디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2022~2023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0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마요르카 | EPA연합뉴스



마요르카 구단은 24일 스페인 마요르카의 비지트 마요르카 에스타디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2022~2023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0라운드 경기에서 3-1로 승리한 뒤 멀티골로 팀 승리를 이끈 이강인(22)의 사진 한 장을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리고 딱 한 단어를 덧붙였다.

‘킹(King)’. 이강인의 활약을 가장 잘 설명하는 짧고 묵직한 단어였다. 이강인의 플레이는 절정에 올랐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눈부셨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쐐기골은 손흥민(토트넘)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그야말로 손흥민의 ‘재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날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동점골과 쐐기골을 책임지며 한국 선수 최초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그가 선정된 것은 당연했고, 축구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양팀 통틀어 최고 8.55점의 평점을 부여했다. 이강인의 이번 시즌 공격포인트는 9개(5골·4도움)로 늘어났다.

전반 23분 헤타페에게 먼저 선제골을 내줄 때만 하더라도 마요르카가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 좋지 않은 흐름을 이강인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바꿔놨다. 후반 11분 카를레스 알레냐의 슈팅을 상대 골키퍼가 쳐내자, 이강인이 골문 왼쪽에서 쇄도하며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동점골로 분위기를 바꾼 마요르카는 8분 뒤 안토니오 라이요의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헤타페의 맹렬한 공세를 마요르카가 막아내는 형세로 경기가 진행됐고, 후반 추가시간에도 좀처럼 판도가 바뀌질 않았다.

마요르카 트위터 캡처



경기 종료를 향해 달려가던 그 순간, 이강인이 다시 한 번 번뜩였다. 아군 진영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약 60m를 전력 질주로 단독 돌파한 뒤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반대편 골대 상단을 정확히 찔렀다. 손흥민에게 푸슈카시상을 안겼던 2019년 12월 번리전 70m 드리블 원더골을 연상케 하는 순간이었다. 7명을 제쳤던 그때의 화려함은 없었어도, 경기 종료 직전까지 엄청난 스피드와 체력을 보여준 이강인의 골은 ‘스피드와 체력이 약하다’는 주위의 지적을 반박하기에 충분했다.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이강인은 이날 슈팅을 3회 시도했고 득점 기회로 연결되는 키패스도 2번을 성공시켰다. 여기에 팀에서 가장 많은 5번의 크로스를 올렸고, 전진 드리블도 2번을 성공했다. 그라운드 경합에서는 6번이나 이겼다. 그야말로 마요르카 공격의 모든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이강인을 향해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스페인 ‘마르카’는 “밤을 새워 경기를 본 한국인이라면 이강인이 보여준 새로운 쇼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라리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강인에게 “이번 승리의 설계자”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은 “한 선수만 언급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중앙 수비수, 미드필더들도 잘했다”고 하면서도 “현재 이강인은 골도 넣어주고 있다. 중요한 선수”라며 이강인을 칭찬했다.

최근 좋은 경기력이 이어지면서 이강인의 가치도 급상승하고 있다. 시즌 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이 유력시되고 있는 이강인은 특히 애스턴빌라가 마요르카에 바이아웃(이적 허용 금액) 조항까지 물어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경기 후 구단을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 설정한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최대한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내 기록보다는) 우리가 팀으로 노력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과 골든볼을 품은 이후 모든 축구팬들이 기다려왔던 ‘이강인의 시대’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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