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구단주가 만든 영상물 덕분에 승격한 축구단
할리우드 스타 두 명이 구단주로 있는 웨일스 축구단이 4부로 승격했다. 세계 유명 영화 배우들이 출연한 구단 영상물을 전 세계에 배포하면서 인지도를 올리고 재정을 확보한 게 구단을 살린 비결이 됐다.
렉섬FC는 23일 2022~2023시즌 잉글랜드 축구 내셔널리그(5부리그) 보럼우드전에서 3-1로 승리해 남은 한 경기와 상관없이 리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4부리그(리그 2) 승격권을 확보했다. 렉섬FC가 4부로 승격한 것은 15년 만이다.
렉섬은 웨일즈 렉섬시에 위치해 있다. 1864년부터 존재한 클럽으로 유럽 전역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 중 하나다. 렉섬시는 영국을 통틀어 50위권 밖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도시다. 인구는 6만명이 조금 넘는다.
렉섬FC는 캐나다 출신 라이언 레이놀즈, 미국 국적 롭 맥엘헨리 등 영화배우 두 명이 2021년 인수한 구단이다. 인수금액은 250만 달러다. 레이놀즈와 맥엘헨리는 경기가 끝나자 우승 트로피를 들고 구단 인수 2시즌 만에 승격한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마블 ‘앤트맨’ 폴 러드도 함께 했다. 오하이오,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애리조나에서 온 팬들도 경기를 지켜봤다.
레이놀즈와 맥엘헨리는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 I Die)’라는 영상 다큐멘터리를 보고 구단 인수를 결심했다. ‘죽어도 선덜랜드’는 잉글랜드 축구단 선덜랜드 팬들이 구단이 승격하든 강등되든 팀을 변함없이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게 골자다. 레이놀즈와 맥엘헨리도 ‘웰컴 투 렉섬(Welcome to Wrexham)’이라는 영상물을 제작해 지난해 8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맥엘헨리, 레이놀즈뿐만 아니라 험프리 커, 션 하비, 필 파킨스, 조던 데이비스, 올리 팔머 등이 출연했다. 레이놀즈와 맥엘헨리가 구단을 인수한 뒤 지역에서 사랑을 받는 팀으로 재건하는 과정이 담겼다. 야후스포츠는 “웰컴 투 렉섬 덕분에 세계에 렉섬 팬들이 생겼고 구단 재정도 든든해졌다”고 전했다. 구단은 이렇게 번 돈으로 승격을 달성할 만한 핵심 선수들을 영입했다.
2021년 여름부터 팀을 맡고 있는 필 파킨슨 감독은 이미 네 번이나 승격을 이끈 감독이다. 파킨슨 감독은 “구단주부터 지난 15년 동안 정말 힘든 시기를 견딘 서포터스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웨일스 도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움의 원천”이라며 “이번 시즌 렉섬 구단이 판 상품 중 80%가 세계로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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