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운동가로 변신한 전 일본 원전 설계자의 ‘원전의 위험성’ 경고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부 교수 2023. 4. 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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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원전의 정치경제학<14>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수습된 게 아닙니다. 모든 원전의 수소폭발이나 관련 안전대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합니다. 원전은 불완전 기술입니다. 시민 입장에서 원전업계나 당국에게 원전의 절대 안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전 폐쇄를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 전 원전 설계자 고토 박사가 지난 19일 부산YMCA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해창 교수 제공


일본의 원전 설계자로 은퇴한 고토 마사시(後藤政志, 74) 박사가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해 부산 서울 등지에서 원전의 위험성을 강연했다. 고토 박사는 지난 18일 경남 창원에서 탈핵경남시민행동과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 주최로, 지난 19일에는 부산에서 부산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주최로, 지난 21일에는 서울에서 탈핵시민행동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일본 원전의 상황과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 등에 대해 잇달아 특강을 했다.

우선 고토 박사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일본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고토 박사의 이력을 약술하면 이러하다.

고토 박사는 전 도시바 원자로 격납용기 설계자이다. 1973년 히로시마대학 공학부 선박공학과를 졸업해 선박해양구조물 설계기사로 일했으며, 1989년 도시바에 입사하여 원자로 격납용기의 압력과 온도에 대한 강도 설계 일을 맡아왔다. 2002년까지 주로 도쿄전력 카시와자키가리와원전 3·6호기, 주부전력 하마오카원전3·4호기, 도호쿠전력 오나가와원전3호기 설계에 참여했다.

고토 박사는 원전설계를 해오면서 원자로 격납용기의 안전성은 기술로 담보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2005년 「대규모 구조물의 설계와 리스크를 고려한 평가방법에 관한 연구」로 도쿄공업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07년 7월 니가타현 주에쓰지진으로 인한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의 일련의 사고와 관련해 원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술자로서 침묵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끝에 도시바 재직 중에는 시바타 히로유키(柴田宏行) 또는 이케다 사토시(池田諭)라는 필명으로 원자력기술을 비판하는 논문이나 저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도시바에서 정년퇴직한 뒤 시바우라공업대학 와세다대학 등에서 원자력 관련 강의를 해왔다.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후쿠시마제1원전사고 다음날, 전 원자로제조 기술자이자 과학평론가인 다나카 미츠히코(田中三彦) 씨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해 노심용융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원자로 격납용기 설계자의 관점에서 후쿠시마제1원전의 사고를 분석해왔다. 그는 2011년 5월 일본 참의원 행정감시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했고, 2011년 11월부터 2012년 8월 원자력안전·보안원의 ‘발전용 원자로 시설의 안전성에 관한 종합적 평가(스트레스테스트)에 관한 의견청취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2012년 4월 특정 비영리활동법인인 APAST를 설립했으며, 2013년 4월부터 원자력시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전환기 기술자들-기업 내 제언』 (공저, 게이소서방, 1989), 『노후화하는 원전』(원전노후화문제연구회·원자력자료정보실, 2005), 『원전을 만들었기에 할 수 있는 말』(크레용하우스, 2011),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왜 일어났는가』(공저, 후지와라서점, 2011), 『원전 폐로를 향해서: 후쿠시마원전 동시다발사고의 원인과 영향을 종합적으로 생각한다』(공저, 일본평론사, 2011) 등이 있다(https://ja.wikipedia.org).


고토 박사는 19일 오후 부산YWCA 대강당에서 부산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기억하라 후쿠시마’ 강연에서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그 후 상황’을 주제로 원전 전문가로서의 견해와 제언을 내놓았다. 이날 고토 박사의 강연 내용을 좀 더 깊이있게 소개한다.

고토 박사는 강연에서 원전 설계자로서 평소에 원전이 위험하지만 자신이 퇴사한 지 2년 뒤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원전을 만든 데 책임감을 느끼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원전사고 2년 전까지 도시바 원전 설계에 종사했는데 사고 전에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의 참혹한 사고가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한동안 사고 충격으로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예전엔 필명으로 글을 썼지만 지금은 실명(實名)으로 인터넷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원전 정보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원전 당국조차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경우나 위험성 자체를 모르는 것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후쿠시마원전사고 당시 원전이 노심용융 상태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발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원전을 모르는 사람의 말이 언론에 그대로 나갔지요. 사고 당시 원자로 용기 압력이 설계 압력의 배로 올랐는데 만일 압력용기가 폭발했다면 도쿄까지도 위험했을 것입니다.”

고토 박사는 이날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지금까지의 사고 원인 추가 분석,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의 문제점과 대안 제시, 원전의 안전성과 준전시 및 테러 관련 문제 등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해 폭넓은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먼저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과 사고 원인에 대한 고토 박사의 분석은 이러하다. 후쿠시마제1원전은 1~3호기가 운전 중. 4~6호기는 정기검사로 정지 중이었다. 1·3·4호기 건물은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2호기 건물은 파손이 안 됐는데 크게 난 패널 창으로 수소가 누출돼 폭발 안 했다. 그런데 방사능은 2호기가 더 많이 방출했다. 이유는 차단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진발생 시 외부전원시스템이 없어 외부전력을 차단하고 비상디젤발전기로 전력공급을 하는데 쓰나미로 비상디젤발전기도 가동중지됐다. ‘전(全)전원 상실’이 발생해 결국 1~3호기는 모두 멜트다운(노심용융)됐다. 연료봉 핵연료 표면에 있는 금속뚜껑은 고온에 물과 반응하면 대량 수소를 발생시킨다. 격납용기 설계 때 안에서 수소 나오는 것을 아니까 질소를 넣어 수소가 나와도 산소가 없기에 폭발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수소 폭발 영상을 보고는 그런 사실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격납용기는 엄청 고온이기에 금속은 괜찮은데 뚜껑 볼트 너트 사이의 개스킷이라는 것이 고무패킹이어서 고온 때 녹아 흐른 것이다.

흔히 원전사고와 관련한 조치로 중지, 냉각, 폐쇄를 이야기하지만 후쿠시마원전 때는 모두 실패했다. 첫째 문제가 생기면 자동정지된다고 했지만 제어봉을 삽입해 정지시켰다. 후쿠시마사고 이전에 6건 정도의 제어봉사고가 일어났지만 은폐됐다. 둘째, 냉각시킨다고 하지만 지진 쓰나미로 인해 냉각에 실패했다. 실제로 밸브가 안 움직여 1·3호기는 냉각에 실패했다. 셋째, 폐쇄한다고 하지만 압력·격납용기도 파손됐다. 문제는 수소 방출 때 방사성도 누출된다는 사실이다. 격납고를 지키기 위해서 벤트가 가능한데, 벤트를 하면 방사능이 방출되기에 이율배반이다. 즉 원자로를 지키기 위해 주민 피폭을 허용하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고토 박사는 일본 정부가 아직도 후쿠시마사고 이후 원전안전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일본 원전 50여기 중 21기를 폐로했고 30여기가 가동은 가능하나 실제 가동 중인 원전은 9기뿐이다. 1979년 사고가 난 미국 스리마일섬원전은 가압수형(PWR)이었다. 그 뒤 일본은 가압수형이 위험하다고 해 비등수형(BWR)쪽에 치중했으나 비등수형인 후쿠시마원전에서 사고가 났다. 사고는 가압수형이건 비등수형이건 다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원전 자체가 위험하고 절대 안전을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사실, ‘원자력안전 신화란 없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나 원전당국이 몰랐던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원전이 안전 확보가 곤란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피해 규모를 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리마일섬·체르노빌·후쿠시마원전사고를 보면 사고의 진전이나 프로세스가 다양하지만 엄청난 위험물질·방사능 확산을 막는 것이 곤란하다. 사고 확산 방지기술의 한계가 있기에 국토 면적이 좁은 나라는 소멸 위기까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원전은 공간·시간적 에너지 밀도가 높고 핵반응과 붕괴열의 제어에 실패하면 폭주한다. 핵반응은 초 단위인데 냉각은 분·시간 단위이다. 2021년 3월 일본 원자력규제위는 「후쿠시마사고 원인에 관한 중간정리」를 발표했으나 후쿠시마원전사고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파괴된 원전 건물 상부나 건물 외 배관에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발견됐으며 수소폭발 발생 장소나 수소 유출 경로에도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의 수소폭발사고에 대한 원인 분석도 안 됐는데 가압수형(PWR)은 모두 운전하고 비등수형(BWR)도 5기(가시와자키가리와6·7호, 도카이2호, 오나가와2호, 시마네2호)가 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선 재심사가 필요하며, 전 원전에 대해 수소 폭발 및 관련 안전 대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토 박사는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염수에는 트리튬(삼중수소)이라는 방사능이 포함된 물질이 있는데 그것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데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가 분리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분리되는지 아닌지는 지금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기준치 이하로 오염수의 농도를 희석해 해양에 방출하면 괜찮다고 하지만, 희석하면 희석을 한 만큼 양이 늘어나는 문제도 있고 현재 이 많은 방사능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확실히 알 수 없고 일단 방출된 것은 원래대로 돌릴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고토 박사는 오염수 해양 방출의 대안으로 대규모 탱크를 이용해 오염수를 보존하거나 모르타르와 섞어 시멘트처럼 고체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삼중수소는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12.3년으로 짧기 때문에 100∼120년만 지나도 지금보다 1000분의 1로 독성이 줄어들기에 해양 방출보다는 탱크를 더 늘려 보관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고체화’로 삼중수소가 물과 같은 성질이라는 점을 활용해 물 대신 오염수에 시멘트를 부어 굳힌 채로 저장하는 방법인데 미국에서는 2017년부터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콘크리트 탱크로 옮겨 고체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원전사고시 방사능 피폭에 대해 위험성을 강조했다. 방사능은 모르는 사이에 피폭될 우려가 크다. 대량피폭으로 암 등 다양한 장애를 입을 수 있고 저선량 피폭도 무시할 수 없다. 최소기준치라고 하는 ‘역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전 생애조사를 안 하면 알기 어렵다. 방사선 피폭은 세포를 손상시키는데 잘못되면 돌연변이 형태로 나타나 회복이 어렵다. 연령 성별에 따른 방사선 영향력에 차이가 있는데 연령은 적을수록 피폭 위험이 높고, 남성보다 여성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에서 보듯이 원전 오폭이나 원전 리스크는 매우 크다. 원전 공격은 제네바조약 금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무시하고 있다. 후케타 도요시(更田豊志)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규제 기준에서 무력공격에 대비하는 것은 현재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요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고토 박사는 항공기 충돌 등은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전력회사에 대책을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평가도 내놓지 않고 구조상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무력공격은 테러의 범위를 넘어 방위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원자력안전규제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국가 입장이다. 원전은 전력회사가 테러 대책을 세우기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대응이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고토 박사는 원전은 테러나 무력공격에 대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평상시의 원전 안전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전사고는 대규모 지진, 쓰나미, 화산 폭발 등 일본의 경우 예상 밖의 엄청난 자연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에 대규모 자연재해는 복합적인 원전사고를 낼 위험성이 높고, 기계 고장, 특히 노후원전의 열화에 의한 기능 상실과 인위적인 오류가 서로 겹치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전사고에 대해 ‘규제 기준을 지킬 것’을 강조하지만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안전하다고는 결코 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고토 박사에게 청중들이 질문을 했다. 고리2호기 수명 연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고토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

“원전은 근본적으로 매우 위험하고 특히 오래되면 고장 나기가 쉽습니다. 작은 트러블이 생기면 결국 큰 문제로 이어지지요. 제가 원전을 만든 것에 책임을 느끼고 원전의 위험성을 기술자 입장에서 호소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인데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은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원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노후원전도 부품만 바꾸면 더 가동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욕조곡선이론에 따르면 기계는 설치초기와 설계수명에 다가갈수록 고장 날 확률이 마치 욕조처럼 U자형을 이루지요. 원전은 안전하다고 정부나 전력회사도 이제는 더 말 못합니다. 과거 원전의 절대안전을 말하던 이들은 이제는 교통사고의 예를 들면서 원전을 포함해 이 세상엔 절대안전이란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원전의 절대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이제 원전은 그만 두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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