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짜리 삼진왕, 방출? 구사일생?…한화, 또 한번 기로에 섰다

김민경 기자 2023. 4. 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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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그레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타이트한 상황에서 응원을 하면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알겠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는 오죽하겠나. 그래도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는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한화는 23일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진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31)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오그레디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타율 0.127(63타수 8안타), OPS 0.335, 0홈런, 8타점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오그레디의 타격 지표는 삼진 수다. 볼넷 단 4개를 얻는 동안 31차례 삼진으로 물러났다. 압도적 리그 1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선구안에 분명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물론 이런 상황이 가장 답답한 것은 오그레디 본인이다. 수베로 감독의 눈에도 오그레디가 타석에 설 때마다 투수와 싸우는 것 이상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게 보였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고, 성적 부담을 느끼면 당연히 좋은 타격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야구는 생각 이상으로 멘탈의 비중이 큰 스포츠기 때문.

수베로 감독은 "타석에 서 있는 오그레디를 보면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게 얼굴에 보인다. 야구는 그런 부담감과 압박감의 스포츠가 아닌가. 팬들이 응원할 때도 그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 텐데,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오죽하겠나"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부담감에 짓눌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베로 감독은 "오그레디는 베테랑이고, 다양한 리그를 경험한 선수다. 부담감을 본인이 조금 내려놓고 조금 더 크게 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은데, 야구의 현실은 또 냉정하고 매일 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래도 그런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야기했다.

긍정적인 것은 오그레디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훈련 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와 특타를 진행하며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치진도 그런 오그레디의 마음을 읽고 같이 특타를 지켜보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오그레디는 앞으로 최소 열흘 동안은 이런 조정 과정을 2군 코치진과 해야 한다.

수베로 감독은 "오그레디가 특타를 할 때 미국에서 하는 타격 훈련 방법 같은 것들을 소개해 줬다. 타격이 참 힘들다. 방망이가 잘 맞을 때는 누가 마운드에 있어도 상관없이 잘 칠 것 같은 자신감이 있는데, 못 할 때는 오히려 어떤 투수가 마운드에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10살짜리 투수가 있든 어떤 투수가 있든 굉장히 예민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그레디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하고 있다. 오그레디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타자들이 그렇다. 이렇게 좀 부진할 때는 안타 한두 개 정도 치면 본인이 잘 쳤을 때 감이 조금 돌아오면서 자신감도 붙고 잘하게 된다. 잘 치는 타자는 또 운이 좋아서 텍사스 안타도 나오는데, 오그레디는 최근에 정타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타구도 상대 야수한테 잡혔다"며 아쉬워했다.

한화는 지난 18일 1선발로 영입했던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33)를 웨이버 공시하고 19일 대체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를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스미스의 경우 개막전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 회복이나 훈련에 진전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오그레디는 본인이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다. 그래서 수베로 감독은 2군에서 열흘 동안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었다. 가혹하지만, KBO리그 특성상 외국인 선수는 시즌 초반부터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 조정 시간 뒤에도 변화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한화는 또 한번 결단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

한화와 오그레디의 동행의 결말이 결국 방출일지, 아니면 2군에서 재정비를 거쳐 구사일생하는 감동 스토리를 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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