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 ‘매물 폭탄’에 무더기 하한가...내막은?
국내 증권사 CFD 계좌서 반대매매 발생 가능성...사모펀드 시세조종 의혹
24일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자, 전 거래일까지 신고가를 경신하던 기업들이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날 SG증권이 상위 매도 창구로 찍힌 채 하한가까지 급락한 종목만 8개다. 증권업계에서는 특정 사모펀드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쏟아져 일제히 급락했다고 설명한다. 해당 사모펀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주식 수가 적은 기업만 골라 주가를 끌어올렸고, 롤오버에 실패했다는 구체적 정황도 나오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는 선광, 하림지주, 세방,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이 하한가로 직행했다.
8개 종목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매도 상위 증권사에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증권사 고객의 CFD 계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SG증권 계정으로 잡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내 증권사의 CFD 계좌는 주문 집행이 외국계 증권사로 이뤄져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물량이 집계된다. 즉, 국내 투자자가 CFD 계좌로 주식을 매수하면 외국계 매수로 잡힌다는 의미다. 일부러 외국계의 매수인 척 유도하고자 CFD를 쓰는 ‘선수’도 많다.
CFD는 고객이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TRS(총수익스와프)에 해당한다. 증거금률 40%만 보유하면, 2.5배 차입을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
이날 급락은 CFD 계좌에서 롤오버에 실패, 반대매매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만큼 상환 시기가 다가오면, 이를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데 만기 연장에 실패해 반대매매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8개 종목 모두 연초부터 주가가 조금씩 상승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24일 주가가 급락하기 전까지 주가가 천천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사모펀드 시세조종 의혹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해당 종목들이 모두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주식 수가 적은 종목들에만 사모펀드 자금이 몰려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대성홀딩스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72.74%에 달한다. 유동주식 수가 적어 소수 지분으로도 주가를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서울가스도 최대주주 등에 묶인 지분이 75.86%에 달한다.
나머지 종목들도 최대주주 지분율이 40% 수준이어서 유동주식 수가 적다. 유동주식 비율로 살펴보면 선광(38.31%), 하림지주(35.07%), 세방(49.45%), 삼천리(45.33%), 대성홀딩스(27.26%), 서울가스(24.14%), 다올투자증권(71.75%), 다우데이타(33.08%) 등이다.
신용 비율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최대주주 지분이 높아 유동주식 수가 적은데도 신용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의미다. 이날 하한가 종목 중 신용 비율 상위 종목에는 선광,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광의 신용 비율은 12.49%이며 다우데이타(10.98%), 하림지주(7.50%) 등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전문직 고객 대상으로 운영되던 한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풍문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파생상품 설계하던 투자자가 의사 고객만 모아 사모펀드를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사고가 터졌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특정 지역의 의사들이라는 소문과 상품 설계자, 관여한 국내 증권사 직원 등의 소문도 돌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20일 하림지주의 대주주 지분 블록딜(대량매매)이 트리거가 됐다는 소문도 있으나, 이 또한 아직 미확인 상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 중 CFD로 결제되면 SG증권으로 잡히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도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에서 매물이 쏟아졌다”며 “유동주식 수가 적은 개별 종목에 무리하게 신용한도를 열어준 증권사가 폰지스킴(다단계사기)을 용인한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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