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망원인 3위…"65세 이상은 공짜" 폐렴구균 백신의 모든 것

이창섭 기자 2023. 4. 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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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마지막 주 '세계 예방접종 주간'
폐렴 유발하는 폐렴구균, 고위험군 치명률 높아
나이와 기저질환 유무 따라 접종 스케줄 달라져 주의해야

코로나19(COVID-19) 3년 대유행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지금껏 관심도가 낮았던 호흡기 감염증의 확산이 다시 우려된다. 특히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하면서도 합병증 발생 시 고령층에서 치명률이 최대 80%에 달하는 폐렴구균 감염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예방접종 주간을 맞아 고위험군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3일부터 오는 30일까지는 WHO가 지정한 세계 예방접종 주간(World Immunization Week)이다. WHO는 감염질환의 경각심과 예방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매년 4월 마지막 주를 예방접종 주간으로 지정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낮아진 필수 예방백신 접종률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코로나19와 초기 증상이 비슷한 폐렴구균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폐렴구균은 폐렴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병원체다. 세균성 폐렴 환자의 27~44%가 폐렴구균 감염으로 발병한다. 1분기 기준, 폐렴구균 국가 필수예방접종(NIP) 접종률은 코로나19가 터진 지난 2020년 7만4285건으로 최근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행히 기타 호흡기 질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1분기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25만5928건으로 늘었다.

폐렴구균 감염 초기 증상은 기침, 가래, 발열 등 코로나19나 독감과 비슷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2021년 통계청 사망 원인에 따르면, 폐렴은 국내 사망 원인 3위다. 급성기 호흡기 질환 중에서는 사망자가 가장 많다.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더 치명적이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폐렴구균 감염 환자는 수막염이나 균혈증 등 합병증을 앓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폐렴구균 폐렴 환자의 25~30%에서 발생하는 균혈증은 치명률이 약 20%에 달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60%까지 증가한다. 고령층 폐렴 환자에서 수막염이 발생하면 사망률은 최대 80%까지 높아진다. 국내 폐렴 사망자의 96.8%는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나이가 많지 않아도 폐렴구균에 취약한 고위험군이 있다. 당뇨, 심장질환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가 대표적이다. 또한 뇌척수액 누수, 인공와우 삽입 등으로 면역이 저하된 사람에게도 폐렴구균 감염은 위험하다. 18~64세 건강한 성인과 비교해 폐렴 발병 위험은 만성 폐 질환자에서 8배, 만성 심장 질환자 4배, 당뇨병 환자는 3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감염학회는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폐렴구균 백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연령, 접종력,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접종 백신 종류와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폐렴구균 예방에는 23가 다당질 백신과 13가 단백결합 백신 두 종류를 사용한다. 건강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23가 백신을 1회 접종하거나,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1년 이상 간격을 두고 각각 1회씩 '순차적'으로 접종해야 한다. 18~64세에서 당뇨와 심장질환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도 1년 간격으로 두 백신을 순서에 맞게 접종하면 된다. 뇌척수액 누수, 인공와우 삽입으로 인한 면역저하자는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8주 이상 간격을 두고 순차 접종해야 한다.

두 가지 백신을 굳이 1회씩 순차적으로 접종하는 이유는 더 넓은 범위의 혈청형을 예방하고 부스터 효과(면역 증강 반응)를 얻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23가 백신 1회만 접종하면 미접종군 대비 51% 폐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고령층 대상 연구에서도 23가 백신은 폐렴구균으로 인한 폐렴 발병률과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준영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폐렴구균 백신은 제조 방법과 예방할 수 있는 혈청형 범위가 다른 두 가지 종류의 백신이 있는데, 그 중 23가 백신이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있어 65세 이상이라면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며 "올해는 1958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부터 무료로 접종할 수 있으니 반드시 접종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폐렴을 포함한 폐렴구균 감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고른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길러줘야 한다"면서 "흡연은 폐렴 발병 위험을 높이므로 금연이 필수다"라고 덧붙였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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