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엑스포 “100여개국 지지도시 미정”···부동표 잡아야할 때
한국은 유럽, 사우디는 아프리카에서 우세 분석
최태원SK회장 등 기업인들, 100개국 찾아 부산 지지 호소
지난 17~21일 이탈리아 로마에 대한 실사를 끝으로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우크라이나(오데사), 한국(부산) 등 2030세계박람회 유치전에 나선 국가(도시)에 대한 국제박람회기구(BIE)의 현지실사가 마무리됐다. 이로인해 오는 11월 열리는 주최국 결정투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경쟁국보다 비교적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성공적으로 BIE 실사를 마친 뒤 자신감을 얻고 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업무를 맡은 한 관계자는 24일 “BIE회원국 171개국 가운데 90~100개국은 아직 지지 도시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적극적으로 부동표를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치 신청국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고, 이탈리아는 2015년 밀라노 엑스포를 개최한 점이 약점으로 꼽히면서 엑스포 유치는 한국과 사우디의 2파전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유럽에서, 사우디는 아프리카에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는 회교국과 비회교국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카리브해 국가(10개국)들은 진작에 사우디 지지를 선언했다. 중미(8개국), 남미(10개국), 태평양(11개국) 국가들이 현재까지 지지도시를 정하지 않은 나라로 분류된다. 이 국가들의 향배가 엑스포 유치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30여개국으로부터 안정적 지지를 확보한 상태이며, 사우디가 한국을 근소하게 앞서나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련해 한 관계자는 “이는 교역·교류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지지가 예상되는 국가들 중 상당수를 부동표로 처리한 보수적 수치”라며 “이를 고려하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부동표 국가에 대한 교섭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4일 토고의 외무장관을 초청해 면담했으며, 그 다음 날에는 필리핀의 하원대표단을 초청해 부산의 장점을 소개했다.
엑스포 유치 업무를 맡은 또 다른 관계자는 “카리브해공동체가 사우디 지지를 밝혔지만 국가 별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박 시장이 “유치에 한발 다가섰다”, “가능성 점점 커진다” 등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으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카리브해 국가 경제사절단은 지난 2~3월 그레나다,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세인트루시아, 앤티가바부다, 세인트키츠앤네비스 등 5개국을 방문해 부산 지지를 요청했다.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됐다. 카리브해 국가들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을 배우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교류를 희망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역시 유치전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 박 시장은 지난 20일 방한한 에스와티니 총리에게 부산의 매력을 소개하고 협력사업을 발굴·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2월 22일~3월3일 레소토, 남아공, 앙골라 등 3개국을 돌며 지지를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에 거는 기대도 크다. 기업인들이 지난해부터 대통령을 대신해 찾아간 BIE 회원국 만도 100개국에 달한다. 교섭국가는 150여개국에 달한다. 민간위원장인 최대원 SK회장을 비롯해 삼성, 현대, LG, 롯데 등 5대 그룹 총수들도 유치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지난주 실사를 진행한 이탈리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총리, 부총리, 외무장관, 교통장관, 로마시장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나서 실사단을 환대했다. 이탈리아는 개인·사회와 자연환경·인공환경·가상환경 간 관계를 보여주면서 ‘재생, 통합, 혁신’이라는 엑스포 주제를 부각했다. 이탈리아 언론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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