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세계 1위 韓 TV, 중국 물량공세에 프리미엄 수요 부진 '이중 압박'

정용철 2023. 4. 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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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주도하는 한국 TV가 텃밭이던 프리미엄 시장 위축과 중국 업체 물량공세까지 거세지며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고화질·대화면 프리미엄 수요가 주춤한 사이 중국은 중저가 액정표시장치(LCD) TV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 2위까지 넘보고 있다. 수요 부진 속 중국의 추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 등 시장·기술 변곡점에 서 있는 삼성과 LG는 새로운 초격차 무기 발굴이 절실해 졌다.

CES 2023 하이센스 부스 전경

◇中 3사 점유율 30% 돌파 전망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중국 하이센스와 TCL이 각각 2600만대, 2437만대의 TV를 출하해 세계 TV 시장 2위와 3위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한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막강한 물량 공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중국 업체로는 첫 시장 2위가 점쳐지는 하이센스는 올해에 전년 대비 21.9%나 공급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판매액과 출하량 기준 모두 1, 2위를 굳게 지켰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급량 측면에서는 감소가 예상된다.

삼성·LG의 공급량 축소로 양사의 합산 출하 점유율도 30%가 깨지며 28.2%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LG와 함께 시장 '톱5'를 이루는 중국 3사(하이센스·TCL·샤오미) 합산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30%(30.6%)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CES 2023 TCL 부스 전경

◇삼성·LG '수익개선', 중국 '영향력 확대'

한국과 중국 TV 업체의 엇갈린 출하량 전망은 글로벌 경기침체 대응 전략에 기인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21년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진행된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 코로나 특수를 탄 공급과잉 여파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출하량을 전년 대비 5.7%, 13.2% 줄이면서 공급 조절을 시작했다.

중국 업체는 수요 한파에도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바로 중저가 시장 수요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저렴한 제품 구매가 집중되는 만큼 공급량을 늘려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지난해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출하량은 912만대로, 전년 대비 21.2%나 줄었다. 반면 중저가 TV 공급은 3.8% 줄어드는데 그치며 상대적으로 수요가 견조했다. 과거 이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LG가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하면서 빈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꿰찼다.

TV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폭넓은 내수를 기반으로 북미 지역에서도 대형 유통사와 협업해 중저가 제품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북미 지역에서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상태며 경기침체를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대치본점에서 2023형 Neo QLED 8K 85형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K스크린, 초격차 전략 구상 필요

중국 TV업체의 물량 공세는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부품 구매력이나 유통 지배력 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급 위축이 길어질 경우 시장 지배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최근 중국 업체의 거센 물량공세가 당장 우리 기업에 큰 위협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LG의 공급 축소는 재고관리, 수익성 개선을 위한 예고된 공급조절에 기인한데다 실질적인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금액기준 점유율은 압도적 격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액 기준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시장 점유율은 46.4%로 각각 시장 1·2위를 유지했다. TCL과 하이센스가 소니를 누르고 금액 기준으로 3·4위로 올라섰지만 2위 LG전자 매출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출하량은 유통 시장 공급을 의미할 뿐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된 셀-아웃 개념과는 다르다”며 “중국 업체가 풍부한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삼성·LG가 주력하는 프리미엄 시장은 아닌 데다 실제 시장 경쟁력 지표인 금액기준 성과에서 여전히 차이가 큰 만큼 심각한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6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며 중국을 포함한 경쟁사와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해 오고 있다. 중국이 중저가 LCD TV 시장에 집중하며 물량공세를 퍼붓는 것과 비교해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나 OLED 등 프리미엄 라인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는 게 핵심 전략이다.

2023년형 LG 올레드 TV

다만 경기침체로 인해 삼성·LG가 주력하는 프리미엄 TV 수요가 줄고 있다는 점은 고민이다. 올해도 프리미엄 TV 출하량은 780만대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년 대비 20% 넘게 줄어든데 이어 올해도 14.8%가량 감소가 예상된다.

결국 위축된 프리미엄 TV 수요를 회복하는 한편 중국 업체의 추격을 뿌리칠 초격차 무기 마련이 과제다. 이미 중국 업체가 장악한 중저가 시장 참전보다는 경기회복을 대비해 미니 LED, OLED, 마이크로 LED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 초격차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여기에 중국 업체 약점으로 꼽히는 운용체계(OS), 플랫폼, 스마트홈 서비스 등 기술도 강화해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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