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쿨존 초등생 사망사고 현장검증…재판부 “배수로 턱 높지 않아”

박정수 2023. 4. 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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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가 뺑소니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법원이 현장검증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스쿨존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뺑소니)·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의 현장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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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 초등학교서 만취운전, 9세 초등생 숨져
사고 내고도 인근 자택에 주차하고 현장 돌아가
뺑소니 등 판단하기 위해 법원 현장검증
운전자 측 “차량 충격 배수로 경사인 줄”…재판부 “턱 있는 높이 아냐”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서울 강남의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가 뺑소니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법원이 현장검증에 나섰다. 특히 피고인 측이 차량에 전달된 충격이 배수로 경사로로 오인했다고 주장, 배수로 높이가 집중적인 검증 대상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스쿨존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뺑소니) 등으로 기소된 A씨 사건의 현장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사진=법원기자단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스쿨존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뺑소니)·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의 현장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현장검증에는 A씨가 참여하진 않았고, 사고 당시를 20여분간 재구성했다. 초등학교 후문 근처에 사는 A씨는 학교 후문 인근 도로를 우회전방향으로 올라가던 중 배수로 1미터 앞쪽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B군(당시 9세)을 치었다.

A씨는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진행하다 현장에서 21m 떨어진 자택 주차장 앞까지 이동해 1차로 멈춰 섰다. 블랙박스에는 A씨가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량을 주차하면서 “어? 말도 안 돼”라고 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수준(0.08% 이상)인 0.128%였다. A씨는 자택에 주차한 후 40여초가 지나 현장에 돌아왔고, 목격자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진 B군은 끝내 숨졌다.

검찰 측은 A씨가 사고 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현장 검증도 사고 직후 A씨의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검찰 측은 “법적으로 즉시 정차했어야 했고, 한쪽에다가 충분히 세울 수 있었다”며 “굳이 집까지 차를 끌고 가지 않고 사고를 인식했다면 내렸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뭔가 꿀렁한 것을 밟고 사람인지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군을 충격한 위치는 배수로 전 1m 정도로, 배수로 높이는 도로 면과 비교했을 때 턱이 있는 높이는 아니다”며 “방지턱 내지는 배수로로 오인할 정도로 높이가 있었는지 평가는 나중에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주장은 주차장 셔터 문이 올라가길 기다렸다가 주차한 이후 곧바로 나왔다는 것이고, 반대 측은 조금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라며 “확인해 봐도 5초 이내 나온 것이고 그 사이에 아이를 먼저 발견한 목격자가 꽃집에서 사람을 불러서 조치 취하고 있었고 피고인이 달려나왔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과실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지만 운전자가 도주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는 규범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주차한 곳이 먼 거리는 아니었고, 학교 앞이라 여러 우연이 상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재판에서 “도주할 생각은 없었다”며 뺑소니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2일 열린다.

박정수 (ppj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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