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남 천재와 백치 미녀…로맨스 아닌 ‘내면 아우라’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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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자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연극 <추남미녀> 는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2016년 소설이 원작. 추남미녀>
똑똑하지만 추한 남자, 아름답지만 멍청한 여자란 설정은 다분히 동화적인데, 노통브의 원작 소설이 동화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추남 왕자와 미녀 공주'에 대한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1628~1703)의 동화 '도가머리 리케'가 모티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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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자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연극 <추남미녀>는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2016년 소설이 원작. 제목이 풍기는 분위기와 달리 달착지근한 로맨스가 아니다. 예외적인 남녀가 ‘평범한 만남’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결핍과 성숙, 사랑의 본질을 캐묻는다. 미리 재단된 세상의 통념과 좌충우돌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무겁지 않은 잔향을 남긴다.
얼개는 간단하다. 외모와 지성 가운데 하나씩만 갖춘 추남 천재와 백치 미녀의 성장기다. 똑똑하지만 추한 남자, 아름답지만 멍청한 여자란 설정은 다분히 동화적인데, 노통브의 원작 소설이 동화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추남 왕자와 미녀 공주’에 대한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1628~1703)의 동화 ‘도가머리 리케’가 모티브였다. 노통브의 전매특허 ‘잔인한 유머’는 이 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원작과 달리 연극은 두 남녀의 만남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이대웅 연출가는 “외모가 아닌 각자의 삶의 행적이 주는 아우라와 에너지를 알아본 두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라고 했다.
연극은 두 남녀가 태어나 각자 겪는 일들을 몇 개의 토막 에피소드에 순차적으로 담아낸다. 출연 배우 2명이 20명의 역할을 해내는 ‘2인극’이다. 배우들이 여러 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꼼꼼히 실어나르지 않으면 산만해지기 쉽다. 태어난 아이가 거울 속의 자신 형상을 최초로 인지하며 사회적 개념을 인식하게 된다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의 ‘거울 단계’ 이야기도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남녀는 마침내 커다란 거울을 열어젖히고 다른 세계로 나간다.
배우 백석광 김상보가 추남 데오다, 김소이와 이지혜가 미녀 트레미에르를 연기한다. 배우 김소이는 기타를 치고, 이지혜는 아코디언을 뜯으며 기다란 독백을 소화하기도 한다. 각각의 특기를 살려 소극장을 라이브 콘서트 현장으로 만든 것. 한때 무용을 했던 배우 백석광은 다양한 발레 동작을 녹여내 무대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1세대 걸그룹 ‘티티마’ 출신인 김소이는 밴드 ‘라즈베리필드’에서 작곡 능력도 선보인 바 있다. “초등학생이 갑자기 서울대 입시 준비반에 뚝 떨어진 느낌이랄까요.” 김소이는 “다른 배우들에게 많은 걸 배워야 했고, 20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연습에 집중했다”고 했다. 이지혜는 “각자 가진 무기를 꺼내 기타와 아코디언으로 장면을 다르게 구성했다”고 했다.
이 소설을 연극 무대로 옮긴 건 한국이 처음이다. 2019년 세계 초연했고,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돌을 맞아 다시 관객과 만났다. 이번에 서사와 구조에서 적잖은 개작을 거쳤다. 5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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