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귀국' 돈봉투 의혹 수사 변곡점…압색·영장청구 숨가빴던 2주일
압색 2주 만에 피의자 줄소환·영장 청구…宋 소환 수순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4일 귀국하면서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이 변곡점을 맞게 됐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는 '돈 봉투를 누가 만들어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에 집중됐다. 송 전 대표가 귀국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다음 수순인 '송 전 대표의 지시가 있었는지, 이를 알고 있었는지'로 한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주간 검찰 수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민주당 중진인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데 이어 피의자들을 줄소환했다.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해 구속영장도 청구됐다.
검찰은 입건된 피의자 조사를 통해 금품 조달 및 전달 경로와 금품 수수자를 특정하는데 주력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강씨의 신병 확보를 재시도할 방침이다. 이후 귀국한 송 전 대표를 불러 금품 살포에 관여했는지 또는 보고받거나 지시했는지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돈 봉투 의혹 단초된 '이정근 녹취록'…檢 속전속결
이번 돈 봉투 의혹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단서가 나왔다.
검찰은 지난해 8월 10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을 압수수색해 휴대폰을 확보했고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2016년부터 자동 녹음된 통화 녹음파일 3만건을 입수했다. 이 파일에는 이 전 부총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사업가 박모씨 외에도 다수의 민주당 정치인, 당직자들과의 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녹취록으로부터 '한국복합물류 취업특혜 의혹', '노웅래 의원 뇌물수수 의혹' 수사가 시작됐고, 돈 봉투 의혹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녹취록을 바탕으로 물밑에서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은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사무실과 주거지, 자금책 강씨와 송 전 대표의 보좌관 김모씨의 근거지 등 20곳을 압수수색한 이후 피의자들을 줄소환하면서 속도전을 펼쳤다.
검찰에 따르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캠프 관계자들이 현역 의원들에게 6000만원, 지역상황실장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3400만원 등 9400만원의 금품을 살포했다.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구태정치'가 과반 의석을 점한 당시 여당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나흘 만에 '자금 마련책' 강씨와 '전달책'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을 소환했고, 이 전 부총장(구속)과 자금책 강씨도 연달아 소환했다. 강씨를 2차로 소환했던 지난 19일에는 곧바로 정당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씨는 살포된 금품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조달하고 수자원공사 상임감사로 근무하면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3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의 신속한 신병확보 시도는 피의자들이 증거 인멸을 위해 입을 맞출 가능성을 염려한 탓이다. 검찰은 지난 21일 법원이 강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이례적으로 새벽에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과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공범들을 회유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공범들간 실질적 증거인멸 결과까지 발생했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몰랐다'는 송영길, 거센 압박에 조기귀국…소환 수순
검찰은 아직 소환하지 않은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조만간 불러 금품이 조달되고 살포된 경로를 규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10여명으로 거론되는 금품수수 현역 국회의원도 특정될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 소환조사도 예견된 수순이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송 전 대표는 당초 오는 7월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검찰 수사와 녹취록 보도 등으로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자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돈 봉투 의혹은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귀국해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혔다.
입건된 피의자가 모두 송 전 대표 캠프 관계자이고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고 말했다는 등의 녹취록 내용도 보도돼 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우선 금품 공여자 조사와 신병처리 여부가 결정되면 송 전 대표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 금품 공여자들을 대상으로 송 전 대표가 금품살포에 관여했는지 또는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했는지 조사한 뒤 송 전 대표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전망이다.
송 전 대표가 측근들에 대한 수사 대신 본인을 직접 조사하라고 했지만 귀국과 동시에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뇌물수수 사건의 경우 뇌물 제공자에 대한 혐의를 확정한 후 받은 사람을 조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는 강 전 감사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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