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과열 경쟁이 교통사고법 강화 실효성 낮춘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장범위 및 한도 확대를 통한 판매경쟁 과열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보험연구원 리포트)]

운전자보험 판매경쟁이 과열되면서 강화된 교통사고법의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4일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전자보험 시장 확대와 시사점' 리포트에서 보장범위 및 한도 확대를 통한 판매경쟁 과열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형사사건 관련 비용을 보장해주는 운전자보험의 과도한 보장 범위와 한도로 운전자가 자칫 운전 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운전자보험은 도로교통법 개정에 맞춰 운전자의 수요가 늘자 판매경쟁이 과열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이른바 민식이법이 도입된 뒤 지난해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교통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위험이 확대됐습니다. 세부 내용으론 ▲어린이 등의 보호구역 지정 가능 범위 확대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강화 ▲중대과실 사고에 대한 기준 강화 등이 있습니다. 

이에 보험사 역시 운전자보험에 ▲교통사고처리지원금(형사합의금)과 변호사선임비용 지급 ▲벌금 보장 범위·한도 확대 ▲증액된 상해보험금 등의 내용을 담아 판매 경쟁에 나섰습니다. 특히 보험사가 과거 지급된 보험금이 최고 3천만원에 불과함에도 관련 보장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증액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당국이 과열경쟁 자제와 소비자 유의사항을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법 강화와 보험사들의 판매경쟁으로 운전자보험은 매년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사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보험 초회보험료의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8.6%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에 대한 도로교통법 처벌이 강화되면서 28.2%의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스쿨존 내에서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하게 했고 가중처벌하는 내용 등이 등장하면서 관련 담보가 잇따라 등장했다"면서 "고객의 수요가 커서 많이들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도 교통사고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운전자보험 신규 가입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민식이법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관련 법률 강화 추세가 이어질 수 있는 점도 이유입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식이법 위반사고는 2020년 483건, 2021년 523건, 지난해에 481건을 기록하는 등의 그 규모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운전자보험 상품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확대될 수 있다"며 "실손보험의 경험에 비춰 가입자나 이해관계자(의료계나 법조계 등)가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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