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세사기 안타깝지만···사기범죄 피해 국가 떠안는 선례 남길 수 없어”
‘선순위 근저당’ 최우선변제 난항
인천시 “다르게 접근해달라” 요청
국토부 “보증금, 직접 지원 어려워”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자 70%가량이 소액임차인보호를 위한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앞서 해당 집마다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탓이다.
인천시는 24일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현황을 공개하며 “근저당으로 인한 피해는 달리 접근해 달라”고 건의했다.
인천시에서 집계한 이른바 ‘건축왕’, ‘청년 빌라왕’, ‘빌라왕’ 등 전세 사기범 소유 주택은 모두 3008호다. 이 중 ‘건축왕’ 남모씨(62)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큰 미추홀구에서는 2479호 중 1523호가 담보권 실행 경매(임의 경매)에 부쳐진 상태다. 이 중 87호는 매각이 완료됐다.
남씨는 준공된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로운 주택을 계속 지었기 때문에 미추홀구는 특히 근저당 설정에 따른 피해가 크다. 이들 주택은 결국 경매로 갈 수밖에 없는데 현재 경매 낙찰률은 50~60%에 불과하다. 즉 후순위 채권자 신분인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주택이 낙찰되더라도 보증금 한 푼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소액임차인은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으나 이때도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되기 전에 전입신고가 돼 있어야 한다. 최우선변제는 해당 주택에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건축왕 소유 주택은 대부분 준공시점인 2011년 전후로 금융기관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최우선변제를 못 받는 미추홀구 피해자는 약 70%에 달할 것으로 인천시는 추산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거주한 집에는 임대차계약 당시 이미 집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대부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대신 근저당이 있는 탓에 전세보증금이 주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청년비율이 높다.
최태안 인천시 도시계획국장은 “청년들이 오죽하면 리스크 있는 물건에 전세로 들어갔겠느냐”며 “청년들의 보증보험 가입 수수료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리스크가 있는 전세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저리 대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채무 탕감책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지원가능한 한도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면서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국가가 직접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사기당한 피해금액을 국가가 먼저 대납해서 돌려주고, 그게 회수가 되든 말든 떠안으라고 하면 결국 사기 피해를 국가가 메꿔주라는 것”이라면서 “(전세사기 외에) 전반적인 사기 범죄에 대해 앞으로 국가가 떠안을 것이라는 선례를 대한민국에 남길 수는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사실상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선(先)지원 후(後)구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원 장관은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은 선을 넘으면 안 된다”면서 “다양한 지원, 복지정책을 통해 최대한 사기로 돈을 날린 부분이 지원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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