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스쿨존 사고 현장검증’... 재판부 “도주치사 여부, 규범적 평가해야”

재판부, 24일 사고 장소서 배수로 등 확인
”아이인지 몰랐다” A씨 주장도 현장서 검토

사진은 24일 서울중앙지법이 검증한 사고 현장. 사망한 B(당시 9세)군은 배수로 1ｍ 앞에서 치어 끝내 숨졌다. /법원기자단 제공

술에 취한 상태로 서울 청담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재판부는 “아이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과 도주치사죄 적용 여부에 관해 살펴본 결과 “도주로 볼 수 있는지 규범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24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어린이 보호구역치사,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40)씨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청담동 스쿨존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생을 차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을 웃도는 0.128%였다. 이후 인근에 있던 목격자가 꽃집에서 사람을 불러 조치한 뒤 A씨가 현장에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20여분 간 진행된 이날 현장검증에서 재판부는 배수로의 높이를 집중 검증했다. A씨 측은 B(사망 당시 9세)군을 치면서 차량에 전달된 충격에 대해 “배수로를 넘는 것으로 오인했고, 도주할 생각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사고 현장을 확인한 재판부가 “이것(배수로)을 지나면서 아이를 방지턱으로 오해했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A씨 측은 “무언가를 밟고 사람인지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후 재판부는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도 확인했다. 영상에는 A씨가 B군을 치고 자택 주차장 앞까지 이동해 멈춘 뒤 다시 주차장으로 들어가며 “어? 말도 안돼”라고 말하는 장면이 녹화됐다.

재판부는 또 “배수로로 오인할 정도로 높이가 있었는지 봤는데, 평가는 나중에 하겠다”며 “사고가 난 위치는 배수로 1m 앞이고, 배수로 높이도 도로면과 비교해 턱이 있는 높이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사건의 쟁점이 된 ‘도주치사’ 혐의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과실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는 것이고, 도주로 평가할 수 있는지 ‘규범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A씨가) 바로 내렸으면 좋겠는데, 주차한 게 먼 거리는 아니니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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