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전기차 침투율 88%…완성차·배터리 투자 경쟁 불붙었다
파나소닉은 미국에 배터리 신공장 건설 전망
멕시코 투자도 활발…테슬라 13조원 투자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2035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침투율이 8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계의 투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자국 중심의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북미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세인트 토머스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200억 캐나다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한다.
내년 착공에 나서는 이 공장은 폭스바겐이 해외에 설립하는 최초의 기가 팩토리로, 캐나다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생산 규모는 90GWh로, 연간 100만대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양산은 오는 2027년이 목표다.
특히 이번 공장 건설에 캐나다 정부는 130억 캐나다달러(12조8000억원)의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전체 공장 건설에 드는 비용의 65%에 달하는 금액이다.
폭스바겐이 캐나다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지난해 발효된 IRA 보조금을 노린 행보다. 미국은 IRA에서 최종 조립을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하고, 핵심광물 및 배터리에 관한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폭스바겐 외에도 캐나다에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세인트 캐서린 공장에서 연간 40만대의 EV용 전기 모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을 전기차 생산시설로 전환할 계획이다. 오크빌 공장은 포드가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는 북미 시설을 전기차 제조 시설로 완전히 개조하는 첫 번째 사례다. 현재 오크빌 조립 공장에서는 가솔린 엔진 버전의 포드 ‘엣지’와 링컨 ‘노틸러스’를 생산하고 있다. 내년 말부터는 차세대 전기차 2종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는 온타리오주 윈저 지역에 배터리 제조공장을 짓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GM은 퀘벡주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 설비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최근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배터리 신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미 오클라호마 주정부와 공장 건설에 따른 보조금 지급 조건 등을 정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파나소닉은 미국에서 네바다·캔자스 공장을 운영 중인데, 신공장이 들어설 경우 미국에만 3개의 공장을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파나소닉은 이 밖에도 스텔란티스, BMW 등과도 북미에서 배터리 공장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전기차 시장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 기업들조차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CATL은 테슬라와 포드 등 완성차 업체와 합작 방식으로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포드의 경우 공장 지분은 100% 포드가 소유하되, CATL에 기술 사용료를 내는 방식을 채택, IRA 제재를 우회할 계획이다. 테슬라도 이와 유사한 방법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도 미국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 중이다.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당초 2025년 상반기 양산 예정이었지만, IRA가 본격화하며 현대차그룹은 이 공장을 이르면 내년 중반 이후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인근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과 배터리 합작 공장도 건설한다. 이 밖에도 기존 앨라배마, 조지아 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도 미국 내 3개의 공장, 혼다와도 1개의 공장을 짓고 있다. SK온도 포드와 미국 내 배터리 생산기지 3곳을 구축 중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멕시코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과 접경인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지역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아는 지난해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을 연간 25만대에서 40만대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향후 기아가 멕시코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5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BEV+PHEV) 침투율은 88%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예상 침투율은 17% 수준이다. 특히 전기차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유럽, 중국의 경우 2035년에는 전동화 비율이 9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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