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업체 이 곳, B업체는 저 곳' 광주 입찰담합 교복업체 운영자 31명 기소

김태인 기자 2023. 4. 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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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메시지를 기초로 검찰이 재정리한 범행 수법 예시 자료. 〈자료=광주지방검찰청〉

광주광역시 중·고등학교 교복 납품 가격 담합에 가담한 교복 대리점주들이 무더기로 기소됐습니다.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오늘(2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입찰방해 혐의로 63살 A씨 등 교복 대리점주 3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 초까지 광주지역 중·고등학교 147곳에서 387차례 실시한 교복 구매 입찰 가운데 289차례 담합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3년간 진행된 입찰 담합행위 규모만 161억 원이고, 담합행위로 해당 업체들이 취한 부당이득은 32억 원입니다. 각 업체별로 적게는 3차례, 많게는 39차례에 걸쳐 가격을 담합했습니다.

검찰은 이들의 답합 행위로 평균 23만 7천 원이었던 교복 가격이 29만 6천 원까지 오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학생 1명당 매해 약 6만 원 더 비싸게 교복을 구매한 겁니다.

검찰에 따르면 문제가 된 업체들은 서로 돕고돕는 '품앗이' 형태로 담합에 참여해왔습니다.

우선 교복 납품 입찰 공고가 게시되면 교복 업체들이 상호 협의해 낙찰받을 학교를 배분합니다. 교복 남품 업체들은 전화나 문자 등으로 사전 투찰 가격을 공유하고 투찰가(희망 낙찰가)를 특정 금액대에 맞춥니다. 이때 낙찰 예정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 업체'가 되어주면서 낙찰 예정업체보다 조금 높은(500~2000원 정도) 금액을 써내는 겁니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이 담합해 애초에 최저가를 높게 제시하는 겁니다.

결국 짜여진 판 안에서 최저가를 제시한 낙찰 예정업체가 낙찰됩니다. 즉, 최저가가 최저가가 아닌 겁니다.

검찰이 파악한 광주지역 교복 입찰 담합 범행 구조. 〈자료=광주지방검찰청〉

검찰 수사 전인 지난 3년간 광주지역 중·고등학교 투찰률은 평균 96.9%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후 평균 투찰률은 79%를 보였고 교복 가격도 내려갔습니다.

여기서 투찰률이란, 예정가격 대비 입찰 참가 업체가 써낸 투찰가격(낙찰을 받으려고 하는 업체가 희망하는 가격)의 비율을 뜻합니다. 투찰률이 높을수록 교복 가격은 높아집니다.

정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복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학교가 입찰을 통해 교복 공급 사업자를 정하는 '학교 주관 교복 공동 구매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이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번 광주지역 외에도 업체 간 투찰 금액 차이가 근소하고 투찰률이 96%를 넘는 등 담합이 의심되는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민생 부담을 가중하는 각종 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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